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상장 차익의 배분 문제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이 무겁게 침묵하고 있다. 상당수 신문들이 계약자들의 반발을 소개하면서도 삼성생명에 면죄부를 주고 있고 경제지들은 오히려 낯 뜨거운 찬사를 늘어놓고 있다. 한겨레와 달리 경향신문의 비판의 칼날이 상대적으로 무뎌진 것도 눈길을 끈다.
보험사들은 “보험회사도 엄연한 주식회사고 계약자 배당금도 충분히 지급했으며 자산 재평가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것은 국외에서도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사가 주식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언론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보험료를 더 받았거나 자산을 운용해서 이익이 발생하였다면 당연히 돌려주는 것이 생명보험의 기본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법 121조에는 “보험사는 배당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100분의 10이하는 주주 지분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계약자 지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생명보험 표준사업방법서 25조에도 “회사는 계약자에게 배당하기 위하여 계약자배당준비금과 계약자 이익배당준비금을 적립해야 하며 각 준비금은 보험감독규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승인을 얻은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배당은 회사 임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회계 결산 후 결산이익이 발생한 경우 당연히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산 재평가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도 논란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100% 주주의 몫이 되겠지만 생보사의 경우는 자산 형성에 계약자들이 기여한 정도를 감안해 이익의 70%를 계약자의 몫으로 배분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 국장은 “그동안 정부가 자산 재평가에 따른 내부 유보액을 주주의 자본금 계정으로 전입시키지 못하도록 한 것은 내부 유보액을 계약자 몫의 이익으로 보고 이를 주주들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단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1990년 자산 재평가에서 2927억원의 자산 재평가 이익을 거둔 바 있다. 계약자들의 자산으로 만든 이익을 주주들이 가져간다는 것은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 2007년 상장 자문위원회는 자산 재평가 이익을 부채로 분류했다. 이자도 물지 않고 갚을 필요도 없는 부채인 셈인데 결국 재평가 이익이 계약자들의 몫인 건 인정했으면서도 이를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넘겨준 결과가 됐다. 삼성생명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자산 재평가 이익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조차도 모르는 상태다. 계약자들의 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한편 보험사들이 상장의 전제조건으로 약속했던 사회공헌기금의 조성 현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들은 상장 차익을 계약자들에게 배분하지 않는 대신 향후 20년 동안 1조5천억원의 공익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지난 2년 동안 18개 보험회사들이 출연한 공익기금은 955억8344만원 밖에 안 됐다. 계약자들 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그나마도 당초 약속에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라는 이야기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규모의 보험사가 나와야 한다”면서 “삼성생명 상장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논란은 더 이상 없어야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글로벌 경쟁력 갖춘 대형 생보사 탄생 기대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생명이 20년만에 상장을 추진하게 된 것은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가 상장 규정을 개정해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보험사들 입장을 대변했다.
삼성생명 상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아직까지 전혀 해결된 바가 없다. 계약자들이 소송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 역시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계약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너무 무관심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상장 이후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이건희 전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