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세제 혜택까지 받으면서… 국민들이 봉인가.”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는 폭리를 챙기면서 해외에서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저가 할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펴낸 이슈 페이퍼에 따르면 현대차 아반테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국내 판매 가격이 74.4%나 가격이 급등했지만 미국에서는 23.0% 오르는데 그쳤다. 금속노조는 이런 가격 격차는 소나타는 물론이고 엑센트와 산타페, 그랜저 등 대부분 차종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소나타 기본형의 미국 판매가격은 1999년 1만 4633달러에서 2009년 현재 1만 8244달러로 약 24.7%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국내 판매가격은 1999년 951만1천원에서 2009년 2125만원5천원으로 123.5%나 늘어났다. 베르나 1.4의 경우 세제지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약 75만원인데 국내 판매가격은 오히려 870만원에서 991만원으로 121만원 올랐다. 지난해 철강 원자재 가격이 15% 가까이 줄어든 걸 감안하면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이는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와 부품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하여 마음대로 국내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완성차의 애프터 서비스 부품의 생산과 유통 및 공급 과정에서도 중간 폭리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현대·기아차의 AS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1차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낮추거나 공급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또한 직영 서비스 센터는 평균 10%에서 많게는 23.2%까지 낮은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반 정비업체는 마진을 줄이거나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차의 이 같은 폭리구조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지원 등으로 엄청난 혜택을 받았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노후차량 교체 지원으로 판매된 차량은 38만1875대였는데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비중이 77.3%에 이른다. 세수 감소 규모는 모두 6298억원에 이른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국민의 혈세로 세제 및 보조금 지원 조치를 받고도 소비자 가격을 인상해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해외 판매법인의 채산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주목된다. 현대차는 1997년 터키 공장 설립 이후 8개국에 11개의 공장을 설립해 8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지난 8년 동안 당기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해외 공장 설립에 투자한 셈인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산 능력이 263만대에 이르는 반면 생산실적은 149만대로 가동률이 56.2%에 그쳤다. 이상호 연구원에 따르면 생산능력 30만대의 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가동률이 67% 이상이 돼야 한다. 현대차 해외 공장의 상당수가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호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그룹은 국내 판매시장에서 엄청나게 폭리를 챙기면서 해외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감내하면서 저가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2006년 1조984억원에서 지난해 4조9239억원으로 350% 가까이 늘어난 반면, 유럽시장에서는 2007년 41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07년과 2008년에도 각각 2200억원과 27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도 영업손실이 8866억원이나 됐다.
이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 판매시장은 물론, 부품시장에 대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악용하여 국내 소비자 판매가격과 AS 부품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수급시장의 독과점적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하겠지만, 일차적으로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공정가격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소비자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할인과 과당경쟁을 좌초하는 해외 마케팅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16일 오후 1시30분, 국회도서관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