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선정됐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매일경제까지 포함이 됐고 한국경제는 떨어졌네요. 보도전문채널은 연합뉴스만 선정됐고요. 이건 뭐 언론의 충성 경쟁에 따른 포상이라고 할까요? 문제는 이처럼 사업자가 늘어나면 제한된 광고 시장에서 자칫 업계 전체가 공멸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축제 분위기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건넨 독배가 될 수도 있죠.
2012년이면 본격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시작됩니다. 유선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실내 안테나만으로 웬만한 지상파 방송을 깨끗하게 볼 수 있게 되고요. 다채널 방송 서비스, MMS가 허용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TV 보급도 확산되고 있고요.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 기반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종편이라는 낡은 플랫폼에 과연 3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신문사들이 이처럼 방송 진출에 목을 매는 건 신문광고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방송광고는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이 풀리면서 민영 미디어렙 진출이 허용되기도 했고요. 중간 광고도 허용될 거라고 합니다. 규제가 풀리면서 광고 단가가 치솟고 시장도 확대되겠죠. 문제는 그래봐야 1개에서 2개 정도 신설 방송사와 나눠먹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종편 사업자가 2개 이상만 돼도 사업성이 없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조중동매 가운데 어느 언론사와도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가뜩이나 집권 하반기인데 탈락된 언론사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래서 결국 이처럼 하고 싶으면 다 해봐라란 식으로 던져주는 결과가 됐는데 아마도 불만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벌써부터 손익 계산이 분주한 분위기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일단 종편을 떡밥으로 던진 이상 이들 언론사들에게 어떻게든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줘야 하는 고민거리를 안게 됐습니다. 국회 의결을 남겨두고 있는 KBS 수신료 인상과 KBS 2TV 광고 폐지 문제 등도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고요. 정부 광고가 이들 언론사에 직간접적으로 대거 집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3년의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종편으로 완결지은 셈이지만 이제는 그 뒷수습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할까요?
조중동매는 벌써부터 압박에 나섰습니다. 유선방송 사업자(SO)들에게 의무 재전송을 제도화하고 지금 홈 쇼핑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황금 채널을 내주라고 요구하고 있고요. 일본 방송 프로그램 방영 비율을 높여주고 심지어 병·의원이나 전문 의약품 광고까지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방통위의 최시중, 송도균, 형태근 등은 있는대로 다 해주고 물러나고 싶겠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