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 언론사도 하나의 기업이라 시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의 취재와 편집 시스템이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대안 미디어로서 블로그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5일 인터넷 주인 찾기 컨퍼런스 발제 내용입니다. 원래는 한 30가지 정도 준비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짧아서 15가지만 뽑아봤습니다.)

1. 우엠다닷컴.

우엠다닷컴을 아는가. 방송 캡춰 화면 한 장만 덜렁 걸려 있는 사이트다. 한 아주머니가 말한다. “저분이라면 애들 차비 주는 거 걱정 안 해도 되겠지. 그렇게 경제를 살려주시겠지. … 돈 있는 사람들과 평등하게 우리 없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똑같이 잘 사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 MB가 다 해주실 거야. 희망이 있잖아. 희망이. 10년 동안 희망 없이 살았지만.”

‘우엠다’는 “우리 MB가 다 해주실 거야”의 줄임말이다. 한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사이트의 정체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이 감격해서 만든 사이트일 수도 있지만 이 사이트에서 우리는 냉소를 읽는다. 이명박이 경제를 살려 줄 거라는 허망한 기대, 우리 사회의 투기적 욕망, 이 사이트는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반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우엠다닷컴이 주는 메시지는 각별하다. 도메인으로 말하세요. 도메인 등록하는데 2만2천원이면 된다. 웹 사이트 호스팅 비용은 월 500원부터 있다. 이걸 도메인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굉장히 적은 비용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http://www.uemda.com/

2. 더 나은 프로젝트.

상지대 사태와 두리반 철거 반대 투쟁 현장에 ‘더 나은 프로젝트’가 있었다. ‘더 나은 프로젝트’는 블로거 김나은과 민노씨가 만드는 1인 미디어다. 민노씨가 찍고 김나은이 나레이션을 하거나 인터뷰를 한다. 많은 언론이 아예 관심도 없거나 적당히 형식적인 기사를 내보내는데 그쳤지만 더 나은 프로젝트는 현장의 사람들 하나하나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더 나은 프로젝트’는 1인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는 이들 만큼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에 깊숙이 다가간 언론을 보지 못했다. 주류 언론의 기자들이 한 발 떨어져 정부 관료들이나 대학 교수들을 전화로 취재하는 데 그쳤다면 김나은과 민노씨는 이들이 투쟁하는 천막을 찾아 함께 먹고 자고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

김나은은 “진보 운동의 진지함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면서 “신나게 웃고 즐기는 동영상을 만들되 여기에 진심을 담아낼 수 있다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민노씨 표현에 따르면 ‘더 나은 프로젝트’는 “놀이와 계몽의 사이, 쾌락과 고통의 사이, 즐거움과 죄의식 사이”에 있다. ‘더 나은 프로젝트’는 시즌 3을 준비하고 있다.

http://www.youtube.com/user/minocinet

3. 나는 블로거다.

‘나는 블로거다’는 캡콜드님 아이디어다. 7명의 스타급 블로거들을 초청해서 1주일에 하나씩 과제를 주고 포스팅을 하도록 한다. 500명의 평가인단이 추천·비추 버튼을 누르도록 하고 가장 점수가 낮은 한 명이 탈락하도록 한다. 탈락한 블로거는 ‘루저’라는 배너를 내걸도록 한다. 우스갯소리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발상 아닌가.

온갖 다양한 관점과 현실인식, 논리전개, 스토리텔링 방식 등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을 촉발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후원을 받아 상금이나 경품을 내걸 수도 있고 유료 회원을 확보해 미디어 모델로 나갈 수도 있다. 집약적인 문제제기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효과도 있을 듯.

이를 테면 한진중공업과 김진숙을 주제로 글을 써볼 수도 있고 TV 수신료 인상을 주제로 토론을 붙일 수도 있고 네이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스타급 블로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다 흥미 위주의 경쟁 시스템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좀 더 적극적인 글쓰기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 온라인 예능 “나는 블로7ㅓ다” 프로젝트 발진

4. 구글 폭탄.

구글 폭탄이란 더 많은 링크를 받는 웹 페이지가 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는 구글의 페이지 랭크 방식을 역이용해서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걸 말한다. 특정 검색어를 담고 있는 링크 코드를 의도적으로 여기저기 심어두는 방식이다. 구글 폭탄 만들기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어서 직접적인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시절 ‘miserable failure(참담한 실패)’를 검색하면 백악관 홈페이지가 상위에 뜨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것만으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more evil than satan himself(악마 보다 나쁜 놈들)’를 검색하면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가 뜨고 ‘학살자’를 검색하면 전두환이 뜨는 것도 같은 원리다.

검색이 곧 권력이다. 우리가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 ‘쌍용자동차’, ‘최저임금’ 등 정치·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글을 쓰고 새롭게 규정해 보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인터넷 실명제’나 ‘저작권법’에 대한 문서를 만들고 집중적으로 링크를 뿌려댄다면 검색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실명제는 똥이다”라는 메시지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993.html

5. 미디어 온 디맨드.

스팟어스는 크라우드 펀딩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주문형 콘텐츠 생산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이러한 걸 취재해 달라고 제안하면 저널리스트들이 달라붙어 취재하고 기사를 만든다. 스팟어스가 독특한 건 취재 비용을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모아서 준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3천달러짜리 프로젝트를 200명이 십시일반해서 모금하는 방식이다.

탐사 보도가 사라지고 단발성 선정적 이슈가 넘쳐나면서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 묻히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온 디맨드 서비스는 소외 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민운동과 노동·환경운동 등에 기획 취재 지원도 가능하다.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기자를 고용한다”는 콘셉트다.

‘희망의 버스’ 프로젝트에 전국에서 후원이 답지했던 것 기억 나는가. 현장을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금을 해서 취재진을 지원하는 건 어떨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적용해 다른 언론이 콘텐츠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일 듯. 더 나은 프로젝트와도 연계할 수 있지 않을까.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976.html
http://www.spot.us

6. 메타 블로그 플랫폼.

한때 블로고스피어를 풍미했던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는 완전히 망가졌지만 여전히 메타 블로그는 매력적인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다른 경제’처럼 비슷한 주제의 블로그들을 묶어 메타 블로그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만으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게 된다. 만들기도 결코 어렵지 않다.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는 수집하는 블로그가 너무 많은데다 추천 시스템이 워낙 엉망이라 좋은 포스트를 뽑아내는데 실패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수집하면서부터 읽을거리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블로그를 다 수집하지만 정작 그 가운데 뭘 읽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트위터의 퍼블릭 타임라인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주제별로 메타 블로그를 만들어 보자. 메타 블로그는 서로의 포스팅을 좀 더 열심히 읽게 만들고 글을 쓰게 만들고 토론을 활성화한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붙여도 좋고 리트윗 수를 집계하는 등 소셜 밸류에이션 기법을 도입해 보는 것도 좋을 듯. 메타 블로그들을 묶어서 메타 메타 블로그를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서비스형 메타 블로그를 개발해 보는 건 어떨까.

http://www.anothereconomy.com

7. 좋은 기사 추천하기.

유저스토리랩에서 만든 트윗믹스와 트위터캐스트라는 서비스가 있다. 트윗믹스는 한글로 된 트윗을 모두 긁어 모아 그 가운데 링크가 걸린 트윗을 뽑고 가장 많이 언급된 링크 페이지의 순위를 산정하는 서비스다. 트위터캐스트는 여기에서 언론사 페이지만 따로 집계하는 서비스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어떤 뉴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볼 수 있다.

소셜 뉴스라는 게 개념만 알려졌을 뿐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다만 트위터캐스트는 주류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와 실제 독자들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뉴스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숨겨져 있지만 좋은 뉴스, 꼭 읽어야 할 뉴스를 서로 추천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트위터캐스트를 좀 더 발전시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등 섹션마다 가장 중요한 뉴스들을 뽑고 그걸 뉴스 사이트처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 RSS를 긁어들인다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누리꾼들이 뽑은 가장 중요한 뉴스들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뉴스의 밸류에이션인데 그걸 소셜과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http://www.tweetmix.net

8. 인터넷 실명제 폐지+선거법 개정 운동.

언론사 사이트에 댓글을 달려면 실명 확인을 해야 하지만 소셜 댓글은 안 해도 된다. 네이버 블로그는 인터넷 실명제 적용 대상이지만 텍스트큐브닷컴은 아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당연히 아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처럼 원칙도 기준도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데 낡은 규제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되는 사전선거운동 제한 역시 시대착오적인 규제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국회의원 선거는 13일 전까지, 대통령 선거는 22일 전까지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선거운동이 제한된다. 그러면서도 13~22일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이 허용된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돼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의 정치 참여는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의도적으로 선거법 위반 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지도 API를 연계해 상시적으로 정치인 선호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해외 서버에 토론방을 개설하고 정치인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지지 또는 반대 입장을 밝히도록 하면 어떨까.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2005.html

9. 인터뷰 행동단.

왜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나, 교수, 기업인, 온갖 이런 저런 전문가들뿐일까. 인터뷰 행동단은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사람들, 우리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서 팩트와 어젠더를 끌어내 보자는 기획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전혀 다른 진실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누구를 인터뷰할 건가. 장기 실업자, 노숙자, 나이트클럽 삐끼, 조직 폭력배, 건달, 탑골공원 할아버지들, 제조업 비정규직, 택시 기사, 학원 강사, 고시생, 학습지 교사, 성매매 여성, 택배 기사, 동대문 시장 상인, 환경 미화원, 대형 할인점 판매원, 노점상,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대학 시간 강사, 취업 준비생, 경비 용역업체 직원 등등.

한진중공업 사태와 언론 보도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직접 김진숙과 김여진을 인터뷰하거나 파업을 철회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희망의 버스’를 타고 영도 조선소에 다녀온 백기완 선생이나 김태동 교수에게 뒷 이야기를 물어볼 수도 있고. 하종강 소장 등에게 해법과 전망을 물어볼 수도 있고.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602.html

10. 블로그 액션 데이.

블로그 액션 데이는 1년에 한 번, 특정한 날에 특정 주제로 글을 쓰는 블로거들의 축제다. 2007년에는 환경, 2008년에는 기후변화, 2009년에는 가난, 2010년에는 물이 주제였다. 주제는 블로거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동일 주제로 동시 다발적인 블로깅을 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어젠더 셋팅의 효과를 갖게 된다.

블로그 액션 데이에 참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블로그 포스팅을 할 수도 있고 서명 운동에 참여하거나 홍보를 도울 수도 있고 가진 게 돈 밖에 없다면 넉넉히 기부를 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143개 나라 5720명의 블로거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방문자 수는 4천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주류 언론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건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기록이다.

몇 사람이나 읽는다고, 개인 블로그에 글 몇 줄 쓰는 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블로그 액션 데이는 단순히 불특정 다수의 블로그 포스팅을 모아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을 끌어낸다.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게 집약될 때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흥미로운 사례다.

http://blogactionday.change.org/

11. 소셜 그루핑 서비스, 쇼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역설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해체하고 콘텐츠를 파편화하는 경향이 있다. 소셜 그루핑 서비스를 표방한 쇼파(showfar)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제에 따라 엮어내는 이른바 마이크로 카페를 제공한다. 쇼파에 글을 쓰면 등록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미투데이 계정으로 동시에 포스트가 등록된다.

소셜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는 날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또 쉽게 흘러가 버리지만 쇼파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미완의 형태로 남아 끊임없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요구하게 된다. 다만 “우리 사이트에 와서 놀아라”라는 방식이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용자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없다는 것도 한계가 될 수 있다.

쇼파를 소셜 댓글과 연계해 보는 건 어떨까. 소셜 댓글이 URL 기준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묶어낸다면 쇼파도 위젯 형태로 만들어 여기저기 블로그에 갖다 붙일 수 있도록 하면 좀 더 참여를 끌어내기 쉬울지도 모른다. ‘날라리 외부 세력’이라는 쇼파를 만들면 어떨까. ‘반값 등록금’이나 ‘최저 임금’ 등의 주제로 쇼파를 만들면 여기저기서 끌어다 쓰기 좋을 듯.

http://www.showfar.kr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986.html

12. 웹 표준 준수 운동.

파이어폭스나 크롬 사용자라면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돌아가는 사이트에 적당히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참아야 하나. 브라우저가 문제가 아니라 웹 표준을 안 지키는 그 사이트들이 문제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소프트 점유율 때문이지만 우리나라만큼 액티브 엑스를 많이 쓰는 나라도 없다.

웹 표준을 안 지키는 사이트를 불매 운동 하는 건 어떨까. 웹 접근성을 잘 지키는 사이트를 뽑아서 칭찬도 해주고 최악의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선정해서 망신도 주고. 단체로 항의 트윗도 날리고. 리눅스에서도 돌아가는 인터넷 뱅킹을 하게 해달라고 여기저기 청원을 넣을 수도 있겠지. 그런 은행이 있다면 주거래 은행을 바꾸겠다는 약정을 할 수도 있을 거고.

최근 블로거 미닉스와 네이버의 논쟁을 보면 제대로 공격할 수만 있다면 거대한 포털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바뀌지 않는 건 우리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참고만 있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돼야 하나. 행동이 필요할 때다.

http://www.freebank.org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993.html

13. 티셔츠 행동.

해마다 두 차례씩 돌아가면서 치르는 행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인가. 곳곳에 나붙은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대학 강사가 있었다. 이른바 쥐벽서 사건인데 그를 돕기 위해 누리꾼들이 쥐벽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쥐벽티는 1천장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한 번 없이 쥐벽티가 불티나게 팔렸던 건 쥐를 쥐라고 부르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분노하는 누리꾼들이 많았기 때문이지만 트위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여론을 끌어모으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쥐벽서 사건의 박정수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 쥐벽티를 입고 나와 “재미있게 밝게 투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셔츠는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효율적인 미디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이다. 쥐벽티를 봐라. 온라인의 이슈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지지와 연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원금도 모았다.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는 저항과 투쟁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901.html
http://beminor.com/board/index.html?id=eventinfo&no=274

14. 소셜 팩트 체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기사를 모여서 보여주면 어떨까. 집단지성을 활용해 보자. 광고와 엿 바꿔먹은 기사는 아직도 많다. 온라인에 잠깐 떴다가 사라진 기사들, 은근슬쩍 빠진 문장, 구석에 숨은 해명기사와 1단짜리 정정보도, 숨기고 싶은 기사들을 찾아내서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만들면 어떨까.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만든 시스템이지만 요즘은 정부 부처도 언론의 오보에 해명 자료를 내고 이를 사이트에 공개한다. 그렇지만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잘못된 언론 보도로 억울한 일을 당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더라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소송에 이겨도 얻는 건 코딱지만한 ‘바로 잡습니다’ 뿐이다.

엉터리 언론 보도에 맞서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소셜 팩트 체커’ 같은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러이러한 기사가 났는데 내가 아는 것과 다르다, 링크를 걸어놓고 문제제기를 하면 누리꾼들이 사실 확인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 전문가 그룹이 합류할 수도 있고 팩트 확인을 위해 추가 취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

15. 플래시 몹.

연아 회피 동영상을 기억하는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다 망신을 당한 동영상이 있었다. 문화부는 이 동영상을 유포한 누리꾼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때 블로거 강정수가 이런 제안을 했다. 문화부를 조롱하는 의미로, 우리 광장에 모여서 프리 허그 퍼포먼스를 해보자.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보자.

벨로루시에서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라 좌절되자 한 누리꾼이 이런 제안을 한다. 우리 그냥 광장에 모여서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헤어지자. 당황한 경찰이 아이스크림을 든 사람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이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 며칠 뒤에는 그냥 웃으면서 광장을 걸어 다니는 플래시몹이 등장하기도 했다.

민노씨 표현에 따르면 플래시몹은 “실정법을 비판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존중하면서, 규제를 우회하는” 시위가 될 수 있다. 미국 뉴욕대 클레이 서키 교수가 말한 사회적 인식의 3단계 가운데 모두가 무엇인가를 아는 1단계에서 플래시몹은 모두가 알고 있음을 모두가 아는 2단계로 넘어가도록 돕는 유용한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journalismclass.mycafe24.com/media/archives/001719.html

결론.

클레이 서키는 “그럴듯한 약속과 적절한 도구, 수용 가능한 합의만 있다면 위력적인 집단행동과 조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새로운 사회적 도구와 새로운 사회적 전략이 만나 조직의 전통적인 정의와 운영 방식, 즉 사람이 참여하고 협동하고 생산하고 행동하는 패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사이트를 만들자. 사람들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모으자. 자본의 간섭과 담론의 왜곡에 맞서 평등하고 개방된 인터넷을 지켜내자.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기 원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길 원하는가. 도구도 있고 파워도 있다. 중요한 건 의지와 자신감.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구심점은 결국 콘텐츠다. 다시 블로그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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