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을 텐데…” 파산 선고를 받은 중소기업의 노조 지회장이 했다는 말이라는데 결국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사를 내보낸 한국경제신문은 결국 정정보도를 내기로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ASA 지회 길준용 지회장은 29일 한국경제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낸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신문 2면 중간 이상의 위치에 정정보도문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의 조정합의문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다음달 10일까지 2면에 광고를 제외한 보도면 세로 길이의 2분의 1 이상 위치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되 제목의 활자체는 고딕으로 하고 본문 활자보다 크게 해야 한다.

문제가 된 기사는 이 신문이 4일 1면과 2면에 내보낸 “일터가 우선인데 노조 왜 만들었는지…”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길 지회장이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길 지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이를 정면 반박했다. 길 지회장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느냐고 묻길래 그런 적 없다고 말했는데 기사에는 정반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길 지회장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인용 보도하면서 마치 회사의 상태가 이 지경이 된 게 노조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내가 이를 후회하는 것처럼 엉터리 기사를 내보내 수치와 분노를 느낀다”고 분개했다.

길 지회장은 “처음에 인터뷰를 수락했던 건 우리의 답답한 사정을 널리 알리고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에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노조에 대한 반감만 불러일으키는 역효과가 났다”고 말했다. 길 지회장은 “기사에 인용된 내용은 대부분 기자 본인이 질문한 내용인데 이를 내가 말한 것처럼 바꿔놓아 나중에 기사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길 지회장은 “인터뷰에서 ASA의 지분 73.3%를 한국타이어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가 퇴직금과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이 말은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길 지회장은 또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11월 50억원을 증자했는데 이 돈이 대부분 관리직 퇴직금으로 사용돼서 우리도 한국타이어에 퇴직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기사에는 ‘부도 이후 대주주인 한국타이어가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이미 때늦은 상태였다’로 180도 다른 의미로 기사가 나갔다”며 분개했다.

기사를 쓴 한국경제 조재길 기자는 이와 관련, “전화로 사전 취재를 했고 민주노총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는 말을 듣고 충남 금산까지 내려가 1시간 반 가까이 인터뷰를 하고 이를 녹취까지 했다”면서 “명색이 기자가 없는 말을 지어내서 썼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기자는 “녹취록에도 나오지만 길 지회장은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면서 ‘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조 기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느냐는 질문에 “‘지부 차원에서 노사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앙에서 거부하면 총파업을 하더라도 따라가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기자는 “길 지회장도 금속노조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입장인 것 같던데 중간에 끼어 곤란해 하는 것 같길래 정정보도를 내주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주장은 미묘하게 엇갈리지만 언론중재위 합의문에 따르면 “길 지회장은 노사협의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뤄 회사와 근로자가 모두 사는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을 뿐 회사가 파산에 이른 것이 노조 결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밝혀왔다”고 돼 있다. 한국경제는 합의문에서 “ASA가 파산한 경위와 과정을 취재해 노와 사가 모두 상생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자는 공익적 취지애서 본 기사를 게재했지만 인터뷰 내용 중 직접 하지 않은 말을 인용 보도해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자동차 타이어 휠 생산업체인 ASA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4월부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 7월 최종 파산 절차를 밟았다. ASA 노조원들은 모회사인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과 고용승계, 경영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원은 최근 한국타이어가 낸 조정신청을 받아들여 불법 집회 금지와 이를 위반할 경우 1인당 50만원씩 배상하라는 간접강제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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