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에 주식시장이 거침없이 반등했다. 31일 아침 신문 지면에는 온통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주가 그래프와 함께 활짝 웃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을 실은 곳도 많다. 300억 달러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 개설, 과연 하루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일단 통화 스와프 협정은 외환위기의 위험을 떨쳐버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적어도 국가 디폴트 사태로 치닫게 될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그동안 지급보증까지 해가면서 금융회사들 달러화 유동성 확보를 지원해 왔으나 이번에 정부가 직접 달러화를 끌어오면서 시장의 불안 요인을 원천적으로 불식시켰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을 만든 것일 뿐 대내외적 여건은 그대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달러화를 찍어서 세계 여러나라에 뿌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장 유동성 위기는 해결했지만 결국 연준의 자산구조는 더욱 불안해졌다. 연준이 세계 경제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 상황이다.
연준이 당초 입장을 바꾼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달러화의 위상을 다시 강화하고 무엇보다도 미국 국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자산 가격 폭락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미국 경제에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는데 대부분 언론이 이를 지적하면서도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14개 나라들과 체결한 스와프 협정으로 잠재적으로 740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이 추가로 세계에 공급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글로벌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산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은 달러 공급을 계속 늘리면서 자산가격 하락을 보충하거나 추가 하락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이머징 국가는 달러가 모자라서 위기에 직면할 리스크는 낮아진 대신 미국 연준의 자산 구조는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 늘어난 것에 더해 최근에는 기타 선진국과 이머징 일부 국가의 통화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위험으로 집중되고 있다”면서 ” 달러화의 가치 하락의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자산가치가 올라간다든가, 은행과 기업의 자산건전성이 개선된다든가 하는 펀더멘털의 근본 변화가 없이는 건전한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까지 모 중견 그룹사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은행주들을 하한가까지 끌어내리기도 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여전히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통화 스와프 협정으로 연말까지 시장은 일정 부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긴장의 끈은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오른 것도 주목된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재만 연구원도 “통화 스와프 협정으로 주식시장의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 연구원은 31일 보고서에서 “국내 리스크를 나태내는 지표들이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나의 이벤트가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주가하락의 본질은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금융위기와 이와 관련된 시스템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경기흐름과 기업이익이라는 주식시장의 가장 본원적인 요소들의 변화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결국 현재 주식시장은 시스템 리스크의 둔화, 글로벌 유동성의 선순환 가능성, 미국주택경기의 변화 가능성 등 ‘변한 것’과 경기흐름 등 ‘변하지 않은 것’들 사이의 힘겨루기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화두가 시스템 리스크였고 이 부분이 상당 수준 둔화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변하지 않은 본질적인 부분이 개선이 되지 않고서는 급락부분을 메우는 이상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어깨 너머로 힐끔힐끔 보이는 신문들에는 하나 같은 내용만 있더군요. 자화자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