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개별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경기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고 21일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OECD가 최근 발간한 경기선행지수(CL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월 CLI가 94.5로 1월의 92.9보다 1.6포인트 늘어났다. 30개 회원국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큰 것도 사실이다.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한국의 증가폭은 나머지 국가들에 비해 훨씬 커 가장 두드러지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고 보도했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은 92.0으로 1월 대비 0.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LI가 늘어난 나라는 한국(1.6포인트)을 비롯해 멕시코(0.5포인트), 이탈리아(0.4 포인트), 터키(0.3포인트), 핀란드(0.3포인트), 뉴질랜드(0.2포인트), 폴란드(0.2포인트), 프랑스(0.1포인트) 등 8개국밖에 없었다. 주요 7개국(G7)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CLI가 줄어들어 여전히 경기 전망이 암울한 것으로 분석됐다.

CLI는 보통 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 지표로 쓰이는데 100을 넘어서면 경기 팽창, 밑돌면 경기 하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CLI는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지만 3개월 연속 반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어 경기 하강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OECD는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몇몇 중소 OECD 나라들에서 일시적으로 경기 둔화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OECD 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이 기획재정부 발표와 연합뉴스 보도를 단순 인용해 “OECD가 한국이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이는 명백한 확대 해석이고 과장 보도다. OECD는 100 미만에서 반등하면 회복 국면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반등 폭이 곧 회복 속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OECD도 CLI를 해설한 별도의 자료에서 “3개월 연속 반등 또는 반락이 경기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한두 달 변화를 보고 단정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CLI에 포함된 다른 관련 지표들을 함께 참조하고 다양한 분석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2월 한 달 반짝 CLI가 반등했다고 해서 회복 속도가 빠를 거라는 전망은 지나친 억측일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OECD CLI는 국내 통계청 경기선행지수보다 구성항목도 적고 여러 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가중치를 달리 적용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실물경제와 엇갈린 적이 많았다”면서 “방향성을 참조하는 이상의 신뢰도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CLI가 반등했다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실제로 경기가 회복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광공업 생산이 소폭 증가하는 등 여러 실물 지표가 호전 기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CLI가 여전히 100 이하이고 다른 나라들보다 좋을 거라는 의미지 실제로 경기가 V자형으로 급격히 회복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엔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4.2%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여전히 낙관론과 비관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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