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이면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들이 모두 바뀌게 된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다.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의 몫이다. 방문진의 이사 9명의 임기는 3년이고 모두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이들이 MBC 사장을 임명할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말은 곧 오는 8월이 되면 MBC가 통째로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의 손 안에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시중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들을 갈아치우고 이들이 엄기영 MBC 사장을 갈아치우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최악의 경우 방송법까지 개정되면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이 MBC를 소유하게 되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의 MBC와 엄기영 사장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 입맛대로 이른바 좌빨 성향 이사들을 뽑지 않았었나. 최문순 전 사장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 김중배 전 사장 역시 정권의 지향을 반영한 코드 인사 아니었나. 노무현이 하면 개혁적인 인사고 이명박이 하면 언론 장악인가.
KBS 역시 마찬가지다. KBS는 100% 정부 소유로 돼 있고 이사회에서 사장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사회는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6명과 야당이 추천한 3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결국 KBS 사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도 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만약 공영방송이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언제라도 방송장악 논란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통제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통제된다는데 있다. KBS는 이미 정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MBC도 벌써부터 수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8월 이사회가 통째로 바뀌고 사장까지 바뀌고 나면 MBC 역시 논조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KBS나 MBC나 지금까지 한번도 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말 공영방송, 특정 집단이나 정파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지 않으면서도 권력과 자본에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는 공정한 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막연하게 권력의 선의에 기댈 게 아니라 애초에 권력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