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무차별 감세의 후유증을 우려한 정부가 이 제도를 내년에는 연장하기 어렵다고 나서자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란 기업들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부분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경기가 좋을 때는 폐지했다가 나빠지면 다시 도입하는 과정을 거쳐서 1982년 도입 이래 27년 가운데 20년 동안 시행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경제지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서울경제는 24일 1면 “기업 설비투자 세제 혜택 대폭 줄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와중에 감세하지 않겠다는 것은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익명의 재계 관계자의 말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경 제는 “철강·석유화학 등의 장치산업은 4~5년 동안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지역 건설·중소기업 등에 활력을 주고 고용을 창출한다”면서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주문하며 정작 일자리와 중소기업에 효과가 있는 장치산업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의 말을 인용하했다. 이 신문은 포스코 광양 후판공장의 경우 8조2720억원을 투입해 연간 건설인력이 170만명에 이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24일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의 축소가 거론되고 있는데 재정수지를 걱정하는 사정은 이해하나 기존의 정책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업의 입장을 대변했다. 내일신문도 “기업가 정신을 살리기 위해 조세부담을 국제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손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27일 한국경제는 더욱 노골적이다. 이 신문은 1면 “임시투자세액공제 내년까지 연장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액공제는 연간 2조원에 이른다”면서 “이 조치를 중단하면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그만큼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전국경제연연합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이 신문은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투자환경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세제혜택마저 사라진다면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포스코의 경우 광양 후판공장 건설 등에 2016년까지 모두 4조3282억원을 추가투자할 계획인데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향후 7년 간 22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업황 사이클상 이미 2년전부터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태인데 내년부터 세제지원이 폐지된다면 계획된 투자 가운데 일부 축소가 불가피해 이에 따른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물 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의 투자 유인효과와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고 오히려 공제하지 않는 해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난 2일 발표한 기업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최고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대상분야가 신성장동력사업으로 한정돼 있긴 하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보다 오히려 혜택이 큰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감세와 투자확대의 상관관계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이 줄어들면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설비투자의 유인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세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안 하거나 못하게 될까. 만약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포스코가 후판공장을 짓지 않게 될까. GS칼텍스가 정유 고도화 시설에 투자를 못하게 될까. 언제부터 세금이 거래 대상이 됐을까. 투자할 테니 세금 깎아달라?

과 세의 기본 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다. 기업들은 투자할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세액공제는 법인세에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익이 더 늘어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깎아준 세금으로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세금을 안 깎아주면 투자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위한 영리활동일 뿐이다. 그걸 정부가 세금을 깎아줘가면서 지원을 해줘야 하나.

전경련은 2조원 이상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그만큼 투자가 줄어들 거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2조원 이상 세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줄어드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가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일 분이다.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고 정부는 정부 주도의 R&D나 고용창출, 국가 경쟁력 확보 등에 적절한 지원을 하면 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둘러싼 논란은 애초에 출발부터 잘못돼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은 국제 수준에 비춰서도 결코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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