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 데이터 전송량은 13kbps다. bps란 1초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비트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니까 13kbps란 1초에 1만3천비트를 전송한다는 의미다. 1시간이면 4680만비트, 8비트가 1바이트니까 바이트로 환산하면 5.58MB밖에 안 된다. 요금제마다 다르긴 하지만 휴대전화 음성통화는 보통 10초에 18원씩 받는데 1시간이면 6480원인 셈이고 이를 환산하면 1MB에 1161.3원이 된다. 참고로 이는 2.2원/0.5KB 꼴이다.


무선 데이터 요금도 지금까지는 비슷했다. KT의 경우 데이터 요금이 텍스트의 경우 6.5원/0.5KB다. 멀티미디어는 2.5원/0.5KB, 인터넷 직접 접속은 1.3원/0.5KB, 주문형 비디오(VOD)는 1.3원/0.5KB이다. 똑같은 데이터 통신인데 요금이 제각각이었던 셈이다. 월 5천원에 2만원까지 쓸 수 있는 범국민 데이터 요금제를 써도 비싸긴 마찬가지였다. 4MB짜리 음악파일 하나만 내려 받아도 2만원이 훌쩍 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음성통화 요금에 맞춰 데이터 요금도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데이터 요금이 확 낮아졌다. 아직도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이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폰을 아예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 전용 요금제인 ‘i-라이트’ 요금제의 경우 월 정액 4만5천원에 무료 통화 200분과 데이터 500MB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처럼 1.3원/0.5KB로 환산하면 500MB는 130만원 어치의 엄청난 분량이다.

얼추 계산해 봐도 50분의 1 가까이 낮아진 셈인데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라면 한 달에 500MB도 결코 충분한 분량은 아니다. 그래서 ‘i-미디엄’ 요금제는 월 6만5천원에 1GB까지, ‘i-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9만5천원에 3GB까지 제공된다. 여전히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아이폰 출시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파격적으로 낮아졌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상대적으로 음성통화 요금이 훨씬 더 비싸 보이게 됐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스카이프는 데이터 전송량이 28.9kbps다. 스카이프로 1시간 전화를 하더라도 데이터 용량은 13MB 밖에 안 된다. 거의 공짜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이 스카이프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와이파이 모드에서만 스카이프를 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무선 데이터 요금이 꽤나 낮아진 것과 달리 음성통화 요금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사실이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whatsapps’이란 게 있는데 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아이폰 사용자들끼리는 문자 메시지를 공짜로 주고받을 수 있다. 눈치 챘겠지만 통신회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인데 이 경우 서로의 전화번호가 ID가 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나오지 말란 법 있나. 스카이프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음성통화 요금이 더 낮아지지 않는다면 이미 뻥 뚫려 있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통화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끼리 무제한 무료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통신회사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이 갈수록 늘어날 텐데, 그리고 데이터 요금은 갈수록 낮아질 텐데 수십배, 수백배 비싼 음성통화 요금을 지금처럼 붙잡아 두는 게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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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통신사 핵심인력들이 바보는 아닌데,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지 더 궁금해집니다. 확실히 위 계산을 보니 지금 상태로 흘러가면 기존의 이통사 비지니스 패러다임 자체가 위험해 지네요. 아직은 데이터수집을 좀 더 해보면서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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