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임금과 기업실적은 상충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논리다. 그런데 한 나라 전체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구매력도 줄어들고 내수시장이 위축된다. 기업들 이익은 늘어나는데 성장률은 급감하는 딜레마에 빠져들게 된다. 2010년 우리 경제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노동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화두를 내놓았다.


김광수 소장은 6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매우 낮은 반면 자본의 영업소득 분배율은 매우 높다”면서 “이런 기형적인 분배구조가 내수 침체를 부르고 이 때문에 너도나도 먹고 살기 위해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면서 잠재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 안에 3%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전반 6% 수준으로 급감했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10%를 웃돌았다. 그러다가 1990년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추락해 지난해에는 2%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 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기능공 노동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가 진행됐고 첨단기술 중심의 지식형 노동으로 대체되면서 노동의 잠재성장률 기여도가 0.4%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본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도 1990년대 전반까지 4% 수준을 유지했으나 대규모 건설투자가 한계에 이르고 과잉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산업의 중심이 첨단산업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1%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한때 25%에 육박하다가 최근에는 10%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여전히 미국의 5.8%나 일본의 6.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1980년대 초반 43% 수준에서 1995년 54%까지 늘어난 뒤 외환위기 이후 50%로 줄어들어 2006년 이후 5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노동소득 분배율은 53.0%인데 미국은 63.4%, 일본은 72.4%다. 반면 기업의 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소득 분배율은 우리나라가 33.8%인데 미국은 19.1% 밖에 안 된다. 일본은 24.0%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기업하기에는 좋은 나라의 표본인 셈이다.

가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이 1980년대 초반 75% 수준에서 지난해 59.7%까지 낮아진 것도 주목된다. 가구 실질소득 증가율은 IMF 이전에는 연 평균 10%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3% 수준이다. 김 소장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 상태가 계속되면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열심히 일해서는 먹고 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후도 보장할 수 없게 돼 무리해서라도 은행 빚을 끌어다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1990년대 말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은 수출인데 이마저도 원화가치 하락에 의한 화폐적 착시현상”이라면서 “환율효과를 반영하면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환율 인상으로 도망가는 경제운용 형태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정부 총지출은 146조원이나 늘어났다. 공기업 자산 증가 84조5천억원을 더하면 230조원, 이는 IMF 외환위기 때 투입된 공적자금 16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김 소장은 “공공부문의 지출이 GDP의 22%에 이르는데 이를 차감한 자생적 성장력은 연 평균 1.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빚에 의한 성장일 뿐 자생적 성장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소장의 문제제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급감하고 있는데 그 핵심 원인은 낮은 노동소득에 있다. 가계에 구매여력이 없으니 내수가 침체하고 그 대안으로 수출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 역시 인위적인 환율조작에 의한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토목건설 부문이 그나마 경제를 떠받쳐 왔지만 그나마도 한계를 맞고 있다. 정부가 과감한 적자재정으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이 역시 한계는 분명하고 부작용은 엄청나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인데 대안은 뭘까. 김 소장은 이날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성장률 지표에 메이지 말고 잠재 성장률을 높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려면 우선 수출기업 밀어주기를 중단해야 한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터무니없이 낮은 노동소득을 현실화하는 구조적인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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