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다. 아직도 그는 “머지않아 우리 경제는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 쇼크나 유가 급등,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같은 문제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오히려 위기 과장론을 경계한다.

그러나 그의 위기 인식은 지극히 단편적이다. 위기는 엄연히 실재하고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장되기 보다는 잘못 인식되거나 오히려 과소평가 되고 있다. 2004년 한국 경제의 위기는 좀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이다.

이미 웬만한 국내 기업들은 외국 자본의 수중에 떨어진지 오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자본은 5년이나 10년 뒤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높은 수익률만큼이나 위험이 큰 이머징 마켓의 일부일 뿐이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자본은 거의 모두 투기성 단기 자본이다. 이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가차 없이 주식을 내던지고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주식 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기업들은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자들을 자르고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의 상당부분은 외국 자본의 몫으로 빠져 나간다. 기업들은 더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지난 몇년 동안 기업들은 구조 조정과 과점의 이익을 봤지만 이제 그 이익은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제조업은 공동화로 치닫고 성장의 동력은 한계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저발전과 종속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2004년 한국 경제의 위기는 자본의 종속에서 비롯한다. 그 정도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심각하다. 단언컨대 이 위기를 바로 보지 못하면 결코 해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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