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는 ‘바로드림’ 서비스라는 게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1시간 뒤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책을 받는 서비스인데 가격은 온라인 주문과 동일하다. 교보문고의 고객들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고 할인 가격+배송료 무료로 주문한 날 오후에 받아보거나 아니면 서점까지 가서 제 값을 다 주고 사거나. 그 중간에 바로드림 서비스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매장에서 책을 고른 다음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조금 기다렸다가(보통 30~40분 정도 걸리는 듯) 바로드림 서비스로 할인 가격에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교보문고는 모바일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서점에 가기 전에 주문을 하거나 서점 안에서 노트북이라도 펴들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고민이 생기는 건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사는 일이 돈이 아깝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서가를 헤매면서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온라인이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건 억울할 수밖에 없다. 바로드림 서비스는 독자들의 이런 불만을 의식해서 나왔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고객들을 차별화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열세인 반디앤루니스는 최근 북셀프라는 아이폰 앱을 내놓았다. 아이폰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고 책을 집어든 다음 계산대로 가서 확인만 받으면 된다. 2003년부터 시행된 도서 정가제에 따라 도서 할인은 온라인에서만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이런 시스템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묘한 편법인 셈이다.
최근 출판업계가 긴장하는 건 옥션과 G마켓, 11번가 등 오픈 마켓들이 잇따라 출판 시장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서 뿐만 아니라 의류나 악세서리, 전자제품 등등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데다 포인트를 한꺼번에 적립할 수 있고 여기에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까지 제공해 자칫 출판 시장을 초토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의 존립 기반이 위협 받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되면서 구조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뭔가 더 파격적인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서점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과 온라인 서점의 과점화가 출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형 할인마트에 종속되는 생필품 제조업체들처럼 출판사들도 온라인 쇼핑몰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팔리는 책만 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 책을 쇼핑몰이 결정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서점에서 원 플러스 원 행사를 보는 것도 낯선 일이 아니다.
무리한 가격 경쟁은 중소 유통 채널의 몰락을 불러오고 독과점화를 가속화한다. 당일 무료 배송 서비스는 결국 출판사들 부담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콘텐츠 경쟁 보다는 마케팅 경쟁으로 변질되는 조짐도 보인다. 독자들은 당장 책을 싸게 사서 좋겠지만 그런 시스템이 좋은 책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