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공유기를 무료로 나눠준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절대 공짜일 리가 없다. 틀림없이 무엇인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는 반응. 그리고 두 번째는 아예 무선인터넷공유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다시 공짜니까 일단 받고 보자는 사람들과 귀찮아서 아예 관심을 끄는 사람들로 나뉜다.
폰코리아는 10월 20일부터 무선인터넷공유기 3만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일주일 안에 도착하는데 택배비 2500원은 따로 내야 한다. 포네라라는 이 공유기를 설치하고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연결하면 반경 30미터 안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포네라의 가격은 한 대에 30달러 정도다. 홈페이지(www.fon.co.kr)를 통해 신청을 받기 시작한지 10일 만에 벌써 1만4천여대가 나갔고 하루에 수백대씩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무료로 뿌리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일까.
무선인터넷의 리눅스라고 불리는 폰은 아르헨티나의 벤처 사업가 마틴 바싸비스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일찌감치 성장잠재력을 눈여겨 본 구글과 스카이프 등에서 2천만달러의 펀딩을 받은데 이어 3천만달러의 추가 펀딩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 본사를 비롯해 미국과 독일 등에 지사가 설립돼 있고 회원 규모로는 우리나라가 네 번째다.
먼저 무선인터넷공유기의 의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네라를 설치하면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우리 옆집과 위 아랫집에 사는 사람도 내 포네라를 통해 무선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다. 유선인터넷을 무선인터넷으로 바꿔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무선인터넷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장치인 셈이다.
공유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리누스 회원이 되는 것. 리누스 회원은 다른 회원들이 무료로 내 포네라에 접속하는 것을 허용한다. 또한 나도 다른 사람의 포네라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다. 둘째, 빌 회원이 되는 것. 빌 회원이 되면 다른 회원들에게 사용료를 받게 되는데 사용료는 이 회원과 폰코리아가 반반씩 나누게 된다.
포네라의 이용 요금은 하루 3천원.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이용요금만 내면 포네라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원칙은 간단하다. 내 포네라를 무료로 공유하면 다른 사람의 포네라도 무료로 쓸 수 있다. 내 포네라를 유료로 공유하면 다른 사람의 포네라도 유료로 써야 한다. 포네라가 충분히 많아지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다.
접속방법도 간단하다. 요즘은 노트북마다 무선 랜이 기본 장착돼 있는 경우가 많다. 포네라가 설치된 인근이면 ‘개인영역(My_Place)’과 ‘공유영역(FON_AP)’이라는 두 개의 신호가 잡히는데 포네라의 주인은 개인영역으로 접속해서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되고 주인이 아니라면 공유영역으로 접속하면 된다.
폰의 회원이 되려면 먼저 포네라 규정에 동의해야 한다. 포네라를 하루 80% 이상 켜놓고 공유할 것,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반납할 것 등이다. 물론 강제력은 없다. 폰코리아는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회원에게는 반납을 권고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폰코리아는 포네라 3만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서울 전역에 2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무료 보급이 끝나면 별도의 프로모션과 함께 유료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다. KT의 무선인터넷서비스 네스팟의 AP(액세스 포인트)가 1만9천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의 무선인터넷 인프라가 되는 셈이다.
KT는 무선인터넷 와이브로의 상용화를 앞두고 네스팟 AP의 신규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네스팟 가입자는 한때 5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올해 10월 기준으로 49만2천명까지 떨어졌다. 폰코리아 허진호 사장은 “서울 전역에 AP가 20만개만 되면 언제 어디서나 불편 없이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스팟과 폰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네스팟은 KT에서 직접 인터넷 망과 공유기를 설치하고 회원을 받는 시스템이다. 반면 폰은 회원들에게 공유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회선비용은 회원들이 직접 부담한다. 사용자들이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른바 유저 크리에이티드 인프라인 셈이다.
물론 폰의 사업모델은 아직까지 검증된 바 없다. 무료 보급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다른 사용자들이 하루 3천원의 이용료를 내고 포네라를 이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우선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하는 것. 그래서 지배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100만대의 AP를 확보한다는 계획이 서 있다.
폰의 두 번째 사업모델은 무선인터넷 전화, 더 정확하게는 와이파이 VOIP폰이다. VOIP폰은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는 전화를 말한다. VOIP폰끼리는 통화요금이 거의 없고 휴대전화나 심지어 국제전화도 시내전화 요금 정도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와이파이 VOIP폰이란 유선인터넷이 아니라 아예 무선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포네라가 충분히 보급되면 포네라를 이용한 와이파이 VOIP폰도 가능하게 된다. 휴대전화처럼 들고 다니다가 언제 어디서나 신호만 잡히면 통화를 할 수 있는데 요금은 시내전화 요금 밖에 안 된다. 폰코리아는 와이파이 VOIP폰의 한 달 이용료로 별도로 1천원을 받을 계획이다. 얼마나 확산될지 미지수지만 일단 가격은 매우 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초기 접속화면의 메뉴는 포네라의 주인이 직접 구성할 수도 있다. 개별적으로 방문자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집어넣을 수도 있고 구글의 애드센스 광고를 집어넣어 별도의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여러 대의 포네라를 받아 인구 밀집지역에 설치하고 접속료와 광고 수입을 챙기는 개인사업자도 나올 수 있다.
폰코리아는 필요하다면 커피숍이나 쇼핑상가, 전철역 등 인구밀집지역에 포네라를 추가로 무료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된 다음에는 유료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만원의 비용을 들여 포네라를 사고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포네라가 충분히 보급되면 구글 지도와 연계해 폰 맵도 만들 계획이다. 폰 맵이 완성되면 커피숍을 찾기 전에 포네라가 설치된 지역인가 미리 확인해볼 수 있다.
이정환 기자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
그렇군요..
이젠 궁금증 확 풀고 갑니다..감사합니다.
100만대중의 20만대가 한국, 그것도 서울이라.
파격적이군요.
물론 더 늘어나겠지만요.
안녕하세요? 이정환님의 블로그를 통해 많은걸 알고 배우고 가는 베짱이 입니다. 저는 스카이벤처란 벤처기업정보제공사이트에서 근무하는데, 이 글을 그 사이트에 소개해도 될까요? 저희는 벤처기업을 위해 6년간 무료로 정보를 제공해왔습니다. 한번 들러서 살펴보시고 허락 유무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발하네요..
하지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하루에 3000원을 내야 한다는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한달에 9만원이나 내야 하는데..더 비싼거 아닌가요?
흑흑..
제가 이메일을 보냈는데 성함에서 ㅇ을 정선5일장에다 놓고 왔나보아요. 죄송합니다. (_ _)
제 개인 블로그에 이정환 기자님 글에 대해서 짧은 소개글을 하나 쓰고 트랙백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트랙백 전송이 계속 실패하네요. ^^;
그래서 이 페이지로 올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놓았습니다.
여튼 좋은 기사 잘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