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지 않은 투자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6일부터 닷새 간 휴장에 들어갔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조 국면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연속 폭락했다가 7일 소폭 반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일 12746.93에서 6일 12200.1까지 떨어졌다가 7일 12247로 마감했다. 장중 등락을 거듭했고 막판에 저가 매수가 몰리면서 소폭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탄력이 크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가가 우울한 데이터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했다”면서 “사흘 간의 폭락 끝에 안도 랠리가 시작됐다”고 평가했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전히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인지를 두고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단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 7일 반등은 탄력이 너무 약했다는 평가다.
설 연휴 동안 세계 곳곳에서 악재가 쏟아졌다.
먼저 미국에서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가 과도한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고 경고해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플로서 총재는 6일 앨라배마 버밍햄의 로타리 클럽 연설에서 “경기 둔화기에 인플레이션을 압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해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업계 2위의 메이시백화점이 올해 사업 전망을 크게 낮춰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다. 미국의 1월 서비스업 경기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됐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공급관리협회에 따르면 1월 서비스업(비제조업) 지수는 41.9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지수가 50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0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보다 훨씬 크다. 그동안 서비스업이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었던 만큼 서비스업 경기 둔화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폭설 피해가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피해 정도에 따라 중국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10%선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10.8%를 내놨지만 최근 9.6%로 하향조정했다. 중국 정부의 더 큰 고민은 인플레이션이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소비자 물가 전망치를 3.8%에서 4.6%로 상향 조정했다. 섣불리 긴축 정책을 완화하거나 경기 부양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유럽중앙은행은 7일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성장의 불확실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징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 예상치를 종전의 2.6%에서 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트리셰 총재는 “이번 하향 조정은 경제 전망을 둘러싼 위험이 하락 쪽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5일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700선에 성큼 다가선 상태다. 종합주가지수가 한달여 만에 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우려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과연 무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설 연휴 동안 세계 주식시장의 하락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국내 주요 언론은 그동안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 징후를 반영, 조금씩 공포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머니투데이는 7일 “반등시 펀드 절반은 환매하라”는 제목으로 이동희 한국증권 여의도 PB센터장의 인터뷰 기사를 온라인판 머릿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미국 시장은 8일과 9일까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대부분 언론이 9일과 10일까지 신문을 내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11일에 열린다. 그 어느때 못지 않게 불확실성이 큰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