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돌연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절반 가량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6일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한국타이어 노동자 건강진단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노동자 4495명이 일반검진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2256명만 건강(A) 판정을 받았고 1274명이 일반질병 유소견자(C2), 965명이 요관찰자(D2) 판정을 받았다. 전체 노동자의 49.8%가 유소견자 또는 요관찰자인 셈이다.

특수검진에서는 3599명 가운데 2671명이 건강(A) 판정을 받았고 441명이 직업병 관련 요관찰자(C1)으로 판정받았다. 직업병 관련 유소견자(D1)도 23명이나 나왔다. 일반질병 요관찰자(C2)와 일반질병 유소견자(D2)는 각각 290명과 138명으로 나타났다. 통원치료 등 사후관리 대상도 3282건에 이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건강검진 결과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집단 돌연사 논란 이후에도 유소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대전공장의 경우 유소견자가 2005년 68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958명으로 14배나 늘어났다. 금산공장과 중앙연구소도 207명에서 1066명으로, 중앙연구소도 26명에서 14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일반질병으로 아직까지 직무 관련성이 밝혀진 바 없지만 이 회사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따르면 이 회사에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직원들 가운데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사망자가 무려 93명, 이 가운데 양성 또는 악성 종양으로 숨진 사람이 30명, 순환기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18명이나 된다. 한국타이어 의문사 대책위원회는 대전지방노동청 자료를 인용해 암 질환 및 중증환자가 108명, 유기화합물 중독 및 증증질환 추정환자가 650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여전히 직무 관련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10년 동안 유아무개씨 등 6명이 유기화합물질과 관련, 급성골수성 백혈병 등으로 이미 산업재해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거나 숨지는 등 집단 돌연사와 유기화학물질의 상관관계가 이미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산업재해 판정을 받는 경우가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의원이 공개한 2007년 안전보건 특별감독 보고서에 따르면 심장질환 등의 이유로 사망한 이 회사 노동자 15명 가운데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은 3명 밖에 안 됐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2007년 조사보고서에서 “금호타이어에 비해 근로자 수는 60% 수준인데 산재신청 건수는 10%가 채 안 된다는 건 회사 차원에서 산재를 은폐하고 있을 개연성을 의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언론은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측은 집단 돌연사의 직무 관련성 여부를 부인하면서 작업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오히려 집단 질환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결정적인 근거자료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 집단 돌연사 환자들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국가기관에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두 차례나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나왔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직무 관련성 여부를 부인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건강검진기관을 바꾸면서 검사항목이 20개에서 58개로 늘어나다 보니까 질병 유소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평균 연령이 40대가 넘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는 평균 대비 많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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