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이 이 분석 결과를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를 공격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한경은 3일 5면 <공정위, 국내 기업 M&A 먹잇감으로 내모나>에서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공정위가 국내 기업의 지분구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자료를 공표, 외국 자본의 M&A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경은 “이 도표를 활용하면 출자 고리 중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대한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그룹 전체가 특정 외국계 자본의 수중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M&A의 위협이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이 아니라 이를 공개한 공정위 때문이라는 적반하장격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등으로 이미 공개돼 있는 자료를 다시 취합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연구팀장은 “이미 공개돼 있는 자료를 발표한 것이 어떻게 M&A 위협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경은 “이미 알려졌거나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개별 사실’이더라도 매트릭스 구성을 통해 ‘새로운 전체 형상(독일어로 gesamtbild)’을 보여주는 경우엔 비밀로서 가치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이른바 ‘모자이크 이론’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경은 “단순히 지분이 공개된다는 것만으로 M&A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공정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공정위가 거듭 기업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은 또 전경련 관계자의 말을 인용, “기업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경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의결권 지분율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소개하면서 이를 “적대적 M&A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등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공개해서 적대적 M&A의 위협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경의 이 같은 보도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등이 “재벌 지배구조 개선 멀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과 대비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4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는 평균 4.9%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의결권 승수는 지난해 6.71배에서 올해 6.68배로 조금 낮아졌지만 출자총액제한제 대상 기업만 놓고 보면 7.47배에서 7.54배로 더 높아졌다. 한겨레는 “출총제가 완화된 뒤로 총수가 실제 소유권 이상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경은 같은 면 <두산, 환상형 출자 모두 해소>에서 “두산과 현대자동차 등이 환상형 출자를 전부 또는 일부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일부 개선 사례를 특별히 부각시키는 등 다른 언론과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이번 공정위 발표는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성과를 전혀 기록하지 못하였으며, 재벌의 지배구조가 더욱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 팀장은 “한경의 편향적인 보도는 전경련 회원사들이 절대 지분을 갖고 있는 한경의 지분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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