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러분, 무고한 시민들 때리지 마세요. 여러분들도 힘든 거 다 압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시키면 때리는 시늉만 하세요.” 한 시민이 큰 소리로 외치자 다른 시민들이 “약속해, 약속해”라고 연호하기 시작했다. 1일 새벽 강제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연행되고 부상자가 속출한 뒤였지만 1일 저녁 집회도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저녁 7시 시청 앞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일찌감치 촛불 문화제를 끝내고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교보빌딩 앞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도로를 전면 차단했고 시민들은 종각과 신문로 방면으로 갈라져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으나 골목마다 막아선 경찰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다. 밤 9시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 사거리로 모여들어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인원은 2만여명이다.
일부 시민들이 경찰에 물병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할 때마다 다른 시민들이 “비폭력, 비폭력”을 연호하며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후 일부 시민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미국 대사관 앞까지 진격했다가 퇴각하기도 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의식한 듯 아예 우비를 겹쳐 입고 나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김밥과 생수를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일부 시민들이 경찰 차량의 유리창을 깨뜨려 경찰이 소화 분말을 발사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버스에 밧줄을 매서 끌어당기는 등 시위가 한층 더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경찰은 경찰 차량을 파손하는 경우 물대포를 쏘겠다고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안내방송을 하는 경찰을 향해 “노래해, 노래해”를 연호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가요, 아 미운 사람~”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밤 10시 반 현재, 경찰은 “잠시 뒤 강제 진압을 시작할 테니 노약자들과 여성, 기자분들은 빠져달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시민들이나 경찰이나 물리적인 충돌을 자제하고 있지만 집회 현장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