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다. 파업을 하면 당연히 기업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파업을 시작한 이상 파업을 언제 그만 두게 하느냐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지에 달렸다. 손실을 줄이려면 무작정 파업을 그만두라고 말할 게 아니라 우선 사용자에게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파업 손실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한다. 최근 현대자동차 파업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편파 보도의 극단을 달린다.
먼저 16일 머니투데이 1면에 실린 “현대차 노조 ‘파업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제목부터 다분히 악의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16일 4시간, 18일 6시간의 부분파업을 예고했는데 마침 제헌절인 17일은 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현대차는 노사단체협상에 따라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노조 입장에선 유급휴일인 17일까지 파업기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돼 ‘돈 받고 파업(?)까지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엉뚱한 딴지를 건다. 이 신문은 익명의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노조 측은 단협조항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법정공휴일보다 많은 날을 쉬고 있는 것”이라며 “만일 반대로 제헌절이 올해부터 새로 국경일에 포함됐다면 과연 노조 측이 쉬지 않고 일을 하려 했을 지 궁금해진다”고 전했다.
유급휴일에 쉰다고 문제삼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동시에 “돈 받고 파업 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다분히 감정에 치우쳐 쓴 이런 기사가 버젓이 1면에 실려있다는 사실이다.
11일 중앙일보 2면 “현대·기아·대우·쌍용차 동시파업 ‘산별노조가 지닌 폐해 총집결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산별노조의 기본 개념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문제 많은 기사다. 중앙일보는 “산별교섭 결과에 따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임금조건을 맞추다가는 도산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산별교섭을 하게 되면 노동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늘릴 수 있다. 특정 사업장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전국적인 파업을 결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을 높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사업장에 따른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교섭으로 풀어야할 문제다.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시아경제는 17일 “‘사외이사 선임권 달라’ 현대차 노조 ‘무한 억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와 관련,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사례가 없는데다 산별노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런 요구를 들어줄 경우 경영이 특정 이해집단에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전면 부인하는 발상이다. 이 신문은 “총파업에 비우호적인 현장 여론을 돌리기 위한 카드로 사외이사 선임요구안을 내세웠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사례가 없다는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 2004년 현대증권이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가 있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특정 이해집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노조를 회사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에서 배제하는 편협한 발상이다.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는 언론이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할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무한억지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경제는 18일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 장관은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 갔다고 해서 (회사측에) 산별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교섭단위나 결정 방식은 노사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뉴스도 18일 “산별교섭 안 해도 부당행위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장관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이 장관은 “노조의 조직형태가 산별노조라고 해도 사용자가 이에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서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의 도덕적 정당성이란 노조가 행동을 자제하고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 장관이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노사 자율교섭을 저해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언론은 한 군데도 없었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욕좀 먹어야 되겠다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소릴 많이 해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