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형 블로그 툴 텍스트큐브(옛 태터툴즈)를 개발하는 태터앤컴퍼니가 검색전문 업체 구글 코리아에 인수됐다. 구글코리아 설립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것은 최초다. 태터앤컴퍼니와 구글코리아는 12일 오전 동시에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으나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다.


정확한 매각 단가나 향후 텍스트큐브의 개발과 텍스트큐브닷컴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다. 텍스트큐브의 자원봉사 개발자 그룹인 태터앤프랜즈나 공익 재단인 태터네트워크재단 등은 인수합병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텍스트큐브가 GPL(일반 공증사용 허가, General Public License)을 방식으로 개발돼 있고 그 소유권이 태터네트워크재단에 있다는 사실이다. GPL이란 그 소스코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개발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구글코리아가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텍스트큐브의 초기 개발자들과 태터앤컴퍼니의 운영진을 인수한 것일 뿐 텍스트큐브의 배타적 사용권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태터앤미디어 이미나 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텍스트큐브 사용권은 이미 공개된 상태라 이번 인수합병과는 무관하고 아마도 태터앤컴퍼니의 직원들에 대한 인적 합병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인수금액이나 향후 텍스트큐브닷컴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텍스트큐브닷컴 홈페이지에는 “현재 텍스트큐브닷컴 사용자들은 계속해서 기존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텍스트큐브닷컴을 통해 작성한 블로그와 블로그의 게시물은 사용자분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일부 서비스는 향후 구글 서비스로 통합될 수도 있으며 해당 사항이 발생할 경우 자세한 내용을 별도로 안내 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나 태터앤컴퍼니나 공식 입장은 아직 애매모호하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구글은 국내 사용자들에게 최상의 검색엔진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김창원 공동대표는 “태터앤컴퍼니의 블로그 분야 경험 및 노하우와 구글의 혁신적인 기술이 만나는 완벽한 결합으로 한국 사용자 뿐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태터앤컴퍼니와 구글코리아의 제휴로 가장 충격을 받을 업체는 태터앤컴퍼니와 제휴해 텍스트큐브 기반의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 티스토리를 서비스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티스토리는 여러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 가운데서도 사용자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스킨을 바꾸거나 인터페이스를 꾸밀 수 있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만약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코리아와 제휴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다음은 잠재적인 신규 가입자의 상당부분을 뺏기게 될 전망이다. 구글은 이미 블로거닷컴이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텍스트큐브를 통해 국내 시장 진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티스토리가 당장 다음에 수익에 크게 기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음블로거뉴스 등 1인 미디어에 상당 부분 공을 들여온 다음으로서는 구글의 등장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정석 대표은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경영공학과 94학번이다. 3학년이던 1996년 그 유명한 카이스트·포항공대 해킹 사건의 주역이기도 하다. 한동안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고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다. 1997년에는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인젠의 창업에 참여했고 2002년 인젠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태터앤컴퍼니의 창업자금이 됐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노 대표는 또 다시 돈 방석에 올라앉을 전망이다. 언젠가 만났을 때 그는 ‘블로거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지 않겠다’면서 ‘블로거들과함께 돈을 벌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인수합병은 사실 약간 의외다. 결국 인터넷 기업의 최대 수익모델은 피인수합병인가.)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태터앤컴퍼니의 성공은 오픈소스와 완벽한 개방성, 다음과의 열린 제휴 등에 힘입은 바 크다. 노 대표의 말처럼 태터앤컴퍼니는 굳이 사용자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수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했고, 자원봉사자들을 이용해서 꾸준히 성능을 개선시켜왔고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

참고 : 태터툴즈 이야기.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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