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렸던 ‘대통령과의 대화’는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꼴이었다. 5개 채널이 동시 생방송으로 진행했는데 시청률이 모두 합쳐 15%를 조금 넘는 수준. 이는 같은 시간에 방송된 SBS 드라마 ‘식객’의 절반 수준이다. 낮은 시청률은 이 떠들썩한 국정홍보 이벤트가 애초에 국민들의 별다른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채널을 붙잡아 둘만큼 질문이나 답변이 모두 뻔하고 지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이명박 대통령이 “주택 공급을 확대해서 가격을 안정시키고 경기 부양도 하겠다”고 밝혔을 때 “그렇다면 대통령께서는 지금 공급이 부족해서 주택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어야 했다. 또한 “터무니 없이 높은 주택 가격이 공급 부족이라기 보다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느냐”고 물었어야 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가 “규제를 풀고 세금도 깎아주는 동시에 공급을 늘리면 투기적 가수요가 더욱 몰려들고 가격 거품이 더욱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대통령의 답변에 반박을 하지 않았다.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준비된 질문을 하고 준비된 답변을 했을 뿐 그 이상의 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질문자는 엉뚱하게도 “분양가가 높아 살기 힘들다”면서 “분양가를 낮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같은 질문의 반복이기도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하려면 “건설회사들 폭리 구조를 단속할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어야 했다.
제대로 된 토론을 하려면 사실 이 지점에서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의 논리적 모순을 증명할 수 있다. 설령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다고 치자.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려는 사람이 적어서 집값을 높게 불러도 얼마든지 팔리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막 지은 아파트가 비싸게 팔리는 건 왜 그런가. 건설회사들이 공사비를 부풀려 분양가를 마음껏 높여 불러도 정부는 왜 내버려 두는가.
애초에 질문이 엉터리니 답변도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땅값을 내리고 건축비를 내려서 분양하면 훨씬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가격을 강제로 내릴 수는 없지만 정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공급하면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과연 땅값이 내려갈까. 오히려 수많은 벼락부자들을 만들어 내고 투기 수요를 촉발시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가격을 강제로 내릴 수는 없다면서 건축비는 어떻게 내린다는 것일까.
이 대통령의 답변은 모순투성이였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주택을 공급해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가격이 안정될까.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는 과연 이 정부가 집값을 내릴 의사가 있는 것일까 의심하게 만들었다. “집값이 더 내려도 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 대통령은 시종일관 공급확대와 거래활성화를 강조했다.
그 다음날부터 언론의 관심은 이 대통령 발언의 후속 정책과 부동산 시장의 반응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언론이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아무런 문제제기나 비판도 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일부 신문은 오히려 발 빠르게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을 찍어주거나 투자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10일 “경기 살리고 집값 잡고 ‘양수겸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집값 안정을 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공급정책을 펼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 인용보도하는데 그쳤는데 다른 언론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매일경제는 11일 “MB 발언으로 주목받는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100% 맞다”면서 “정책적 뒷받침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신문은 국토해양부가 “그린벨트 추가 해제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을 전하면서도 “경기도 시흥시와 고양시, 김포시 등이 용도변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매일경제는 또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해서도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 신문은 한발 더 나가 “국토해양부가 추가 대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볼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재건축·재개발의 추가 규제 완화는 현 시점에서 나오기 어렵지만 대통령의 의지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아예 정부가 19일 내놓을 서민주택공급 방안에 그린벨트 해제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12일 “정부, 그린벨트 추가 해제 가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추가 해제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남아있는 그린벨트를 풀어서는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라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12일 E1면에 “한강변 50층 아파트 짓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서울시의 건축 심의에 따라 기부 채납률을 25%로 높이고 층수를 58~60층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층수 제한이 풀리면 현재 한강변에서 추진중인 10만가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활기를 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엉터리 토론, 그리고 언론의 비판 부재.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일련의 언론 보도는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과 의제설정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시민 패널들은 핵심을 벗어난 질문만 했고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언론 역시 대통령에게 했어야 할 질문을 대신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당수 언론이 이명박 정부의 낡은 도그마를 기꺼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