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 29일 아침 신문에서는 CDS(신용 디폴트 스왑) 프리미엄 급등과 관련, 상반된 보도가 눈길을 끈다. 국가 부도 위기 가능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쓰이는 CDS 프리미엄이 한 달 동안 5배나 폭등 28일에는 699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경제 신용도 갈수록 추락”이라는 제목을내걸었다. 한겨레는 “외화부채가 많은 은행의 유동성 문제와 은행의 외채를 정부가 지급보증하기로 한데 따라 은행의 리스크가 국가 리스크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정부가 은행의 대외거래에 지급을 보증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출 만기를 선뜻 연장해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단기 외채와 견줘 본 외환보유액은 위험수준은 아니지만 아시아 신흥국들 가운데 사정이 가장 나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머니투데이는 “한국 부도설은 음모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겨레와 정 반대의 논조를 펼쳤다. 머니투데이는 증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CDS 프리미엄 급등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고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과장해 나름대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매일경제도 “CDS 프리미엄 한 달 새 5배나 급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중에 떠도는 루머를 뿌리뽑기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말을 인용, “10월 경상수지가 한국 대외 신인도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흑자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는 일단 경상수지 흑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환율 급등은 과도한 불안 심리 때문이라는 판단 아래, 경상수지만 흑자로 돌아서면 대외신인도가 올라가고 달러화 수요 공급에도 숨통을 트일 거라는 이야기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도 우호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지원 정책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시장의 불안심리에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세계적으로 달러화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는 단기외채 비중이 높고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긴급 상황에서는 외환보유액 동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급 보증으로는 부족하고 당장 달러화 대량 공급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거품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치명적인 위험 요인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1997년 43%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70%를 넘어섰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거품이 남아있는 상태라 자칫 마이너스 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달러화 가뭄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은행 대외채무의 상환 압력이 계속될 것이고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지원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편 정부는 부인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의 달러화 스왑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된 루머도 계속 떠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우리나라가 IMF의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IMF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동수 연구원은 “IMF를 통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받아 외환보유고를 단기적으로 더 확충하며 대응하는 것이 한국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국제유가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의 IMF 로부터 가능한 대출한도인 218억 달러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6개월 안에 대부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IMF가 검토하고 있는 신흥국 지원 프로그램은 10년 전 우리나라가 받았던 구제금융과 달리 조건 없는 통화스왑 형태의 대출로 알려져 있다. IMF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긴 하지만 당장 달러화 유동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최종 프로그램이 나온 다음에 판단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