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기자들이 확인된 것부터 터뜨리자고 하자 마틴 배런 편집국장이 말한다.

“개인 말고, 조직에 초점을 맞춰요. 관행과 방침, 시스템을 고발해야 합니다.”

보스턴글로브는 2002년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 성추행 의혹을 보도해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 마틴 배런이 2013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에 합류했다. “언론은 불이 났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왜 불이 났는지에 대한 배경과 원인을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배런은 2015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연설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읽히기 위한 기사를 썼지만 상품이 되는 기사를 써야 한다”고 선언했다. 배런이 달라진 게 아니라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게 배런의 철학이었다. 그래서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게 단 하나 있다. 진실을 찾아내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경영 부서 뿐만 아니라 편집국에서도 상업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베조스와 배런이 이끄는 워싱턴포스트는 종이 신문의 혁신을 주도했다. 고객 저널리즘을 주창하면서 뉴스 인터페이스를 뜯어고쳤고 모바일에 기술 투자를 집중했다. 뉴스의 유통 플랫폼을 다변화했고 소셜 바이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 깔대기(customer engagement funnel) 전략을 도입하기도 했다. 덕분에 방문자 수가 마법처럼 늘어났고 뉴욕타임스는 물론이고 버즈피드의 트래픽을 따라잡을 정도가 됐다. 기자 1명이 쓰는 기사 건수가 뉴욕타임스의 두 배에 이른다.

다음은 마틴 배런이 지난 6월22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글로벌 에디터스 네트워크(GEN) 서밋에서 발표한 “트럼프의 아메리카와 디지털 세계에서의 워싱턴포스트”라는 제목의 연설 전문이다.

글=최고은.

워싱턴포스트는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고 있죠. 우리는 어느 때보다 활기에 차있고, 강력한 동기 부여와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저널리즘 실험들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과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플랫폼 등 급속하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인용문 중에 198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버나드 라운(Bernard Lown) 박사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는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의 창시자이자 핵 실험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만이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Only those who see the invisible can do the impossible).”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고, 추구할 수 있고, 심지어 성취할 수도 있으며 노력으로 우리에게 목적을 부여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Martin Baron, Executive Editor for The Washington Post, center, listens with others after Kennicott was announced as the winner for the Pulitzer Prize for Criticism as he is seen at the Washington Post on Monday April 15, 2013 in Washington, DC.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시도했던 일들을 들려드리죠. 거짓말과 음모를 퍼뜨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책동에 대응해야하는 도전 과제들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10월1일,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날로 거슬러 올라가볼까요. 저를 포함한 몇몇 워싱턴포스트 임원들은 제프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을 찾았습니다. 그날 우리는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했고, 바로 시애틀의 유니온 호수의 절경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을 때 호수너머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타났고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곧 두 번째 무지개가 나타났습니다. 그야말로 쌍무지개였지요. 우리는 다 같이 이건 제프가 워싱턴포스트를 매입한 것에 보내는 좋은 징조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해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언론의 가치를 훼손시키면서 이익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우리가 내세운 목표는 바로 첫째, 과감한 디지털 혁신과, 둘째, 야심만만한 저널리즘을 구현하자(Make rapid digital progress, that’s number one. And number two, deliver ambitious journalism)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스마트하면서도 동시에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스토리텔링은 언론의 전통과 가치, 미션을 고수하면서, 독자들이 최신 정보를 소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제프의 워싱턴포스트 공식 인수는 2013년 1월 제가 보스턴글로브에서 워싱턴포스트로 옮겨온 지 6개월 만에 발표되었습니다. 80년 동안 워싱턴포스트를 운영한 그레이엄 가문은 존경받았고 충분히 잘했습니다. 그들은 브랜드를 구축했고, 일류의 과감하고 또 서정적인 저널리즘을 옹호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미국의 역사를 변화시켰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회장은 매각 당시, 본인을 포함한 다른 임원들은 더 이상 워싱턴포스트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문지식에 목말라 있었죠. 제프는 기술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워싱턴포스트는 소비자행동(consumer behavior)에 정통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제프는 금융 자본을 투자했고,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인력자본(지적재산)도 함께 투입했습니다.

제프는 곧바로 워싱턴포스트의 시스템 셋팅에 돌입했습니다. 이전까지 우리의 전략은 워싱턴 지역의 사건을 한 단락으로 요약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지역만 관심사였죠. 하지만 제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가 지역(regional)을 넘어 미국 전체의(national), 나아가 국제적인(international) 사건을 다룰 수 있어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터넷은 미디어 환경을 뒤바꿔놓았고, 미디어 산업을 잠식했습니다. 광고주들은 다른 좋은 대안이 없어 잠시 우리를 찾아왔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온 독자들은 워싱턴포스트가 발행하는 정보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프는 인터넷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인터넷은 무엇보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광범위하게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인터넷으로 빼앗긴 것이 있다면, 인터넷이 주는 혜택을 찾고,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프는 즉각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실험과 다양한 시도를 요구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우리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로써 제프는 워싱턴포스트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경영자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제프는 기자들이 새로운 저널리즘 접근법에 열린 사고를 가지길 기대했습니다. 기자 각자의 가치관에 충실하되, 업계의 관례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는 기사 작성의 소스를 논문이나 보고서에 의존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조사하고 확인해서 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기사를 훨씬 더 빨리 작성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건데요. 그동안의 취재 관행을 버리기가 쉽지는 않았죠. 예상대로 편집국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원활하게 진행됐습니다.

뒤이어 시도했던 것들 중 일부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웹에 떠도는 재밌는 이야기를 추적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룬 주제를 보도하고 자기의 코멘트를 덧대는 방식으로, 웹에서 훨씬 잘 읽히는 보다 가볍고 일상적인 대화 형태의 글을 작성하는 야간 전담반(an overnight staff)을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바로 다음날 지면에 실린 보도 기사의 구멍을 찾아내고 메우는 작업도 함께 수행했습니다. 과거에는 이틀, 사흘이 걸릴 작업을 하룻밤 사이에 끝내보자는 거였지요.

우리는 환경과 과학, 군사, 인터넷 문화, 육아, 정신건강(라이프), 대중문화, 동물의 세계, 범죄 등 다양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새로운 블로그를 여럿 도입했습니다. 정치, 경제, 공공정책, 국제 이슈에 초점을 맞춘 블로그를 비롯해, 이미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기존 블로그에는 리소스(원본 자료)를 추가로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게재할 수 있는 포스트에브리싱(PostEverything)이란 사이트를 오픈했습니다. 덕분에 수준 높은 기고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야간 전담반처럼, 아침 일찍부터 근무하는 오전반도 꾸렸습니다. 이들은 거의 모든 주제의 속보를 신속하게 다루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 핫한 이슈나 내부 구성원이 미처 알아내지 못했던 사건, 또는 다른 언론 조직에서 다룬 이슈를 찾아냅니다. 오전과 오후 전담반을 각각 운영하면서 24시간 내내 보도 대응 체재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뉴스룸의 모든 부서가 기사를 온라인 구독률이 최고점을 찍는 시점보다 앞당겨 송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모델은 보통 저녁 시간대에 기사가 한꺼번에 송출되는 신문사 스케줄을 뒤바꿔 놓았습니다. 기사의 흐름을 계속 모니터하고, 기사 마감 시간이나 지연 정도를 기자들에게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메시지 기능도 도입했습니다.

우리는 특히 헤드라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많은 매체가 보여주는 지나치게 격식을 갖추고 딱딱한 문체를 탈피하려 했습니다. 당연히 정확해야 했고, 늘 책임이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서 성공하기 위해, 담백하면서도 매혹적인 문체로 작성해야 했습니다.

전 지금 낚시성 제목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헤드라인 쓰기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헤드라인보다 기사를 더 많이 읽을까 많이 고민하고 질문해보았습니다. 제 대답은 좋은 헤드라인을 쓰면 사람들이 기사를 더 읽고 싶어 할 것(Write a good headline. They will want to read more)이라는 겁니다.

독자 참여(audience engagement)에 집중하는 뉴스팀을 만든 것도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뉴스 보도를 위해 어떻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것인가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팀이었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뿐만이 아니라 좀 덜 알려진 다른 소셜 미디어에도 집중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어느 플랫폼에서든 사람들이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진출하자는 것입니다. 올해 워싱턴포스트는 스냅챗 디스커버리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하드웨어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 또한 애플의 신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은 신속한 대응 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의 전달 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플랫폼에 대한 친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들을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각각의 플랫폼마다 각각의 사용자를 고려한 커스터마이징 저널리즘이 필요합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미래 핵심 전략 중 하나인 디지털 동영상 강화는 다른 미디어가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우리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은 과감히 삭제하고, 대신 다큐멘터리 형태의 동영상을 선별해 제한된 청중에게 집중했습니다. 또 가능한 한 모든 이야기에 동영상을 담도록 하고, 특히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동영상은 2분 이내의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동영상 뷰는 139%나 급증했습니다. 그 성공에 따라 광고주의 사업 요구도 증폭됐습니다. 올해 워싱턴포스트는 단일 뉴스룸 부서 투자로는 최대 수준인, 동영상 직원을 약 60명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동영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개성을 살린 동영상과 애플 TV와 아마존 파이어 TV에 맞는 가벼운 콘텐츠도 공급할 계획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긍정적인 놀라움을 끊임없이 찾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메일 뉴스레터는 트래픽 소스로 급속히 성장했지만, 실제 우리가 제대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시늉만 했던 거죠. 그래서 우리는 뉴스레터에 다시 제대로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뉴스레터 담당자를 뽑고, 디자인을 개선했습니다. 각 뉴스레터마다 최적의 전송시간을 찾고,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뉴스레터를 추가했습니다.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지금은 트래픽의 핵심 통로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뉴스레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구글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게 합니다.

속보 제작 방식도 뉴스 특보 대응 속도에도 초점을 맞추어, 다른 경쟁매체보다 먼저 빠르게 보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뉴스특보에 적용하는 지표(메트릭스)는 뉴스 작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예전에 다른 경쟁매체 대비 우리의 이야기에 독자가 반응하는 방식을 측정하기 위해, 익명의 이야기를 사용해 양쪽 또는 여러 이야기 중에 가장 끌렸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사했습니다.

차이를 만든 혁신 전략 중 하나로 편집국과 개발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기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독자들이 자동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스토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사 추천 알고리즘을 생성해주는 작업도 합니다. 사내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기사 추천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독자들이 사이트 안에서 2단계, 3단계로 유입되는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개발자들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우리 기사가 어떻게 보이고 언제 어떤 형태로 구현돼야 하는지 판단하고 추적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툴도 개발했습니다. 포스트 저널리즘은 PC와 모바일 웹은 물론이고 태블릿과 모바일 앱, 뉴스레터, 팟캐스트, 동영상, 스냅챗, 심지어 아마존 에코 같은 스마트 스피커 및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을 겨냥한 디지털 기기까지 모든 플랫폼에 적응해야 합니다. 우리의 저널리즘 파이프라인으로 들어오는 창구가 되는 것이죠.

워싱턴포스트 인수 당시 제프가 개발자들에게 요구한 첫 번째 임무는 웹 페이지 로딩 속도를 개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독자 대다수는 참을성이 없고, 로딩이 몇 초만 길어져도 이탈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샤일리시 프라카시(Shailesh Prakash)가 선언한대로 우리는 가장 빠른 모바일 뉴스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구글의 프로그레시브 웹 앱(PWA)을 도입했고, 로딩 속도를 2~3초 미만으로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저널리즘 종사자들은 날마다 한계를 테스트합니다. 이제 더욱 스마트한 작업을 하기 위해 기술은 핵심 키입니다. 이게 바로 워싱턴포스트가 저널리즘 기업으로 남아있으면서 미래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건 우리 CTO가 주장하는 것처럼 언론 조직에서 개발자들이 단지 편집국과 마케팅국을 지원하는 존재로 그치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뉴스룸의 핵심 인재들이라는 뜻입니다. 개발자들은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창조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지난해부터 우리 기술팀이 개발한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 아크(Arc)를 다른 언론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LA타임즈와 시카고트리뷴 같은 언론사들이 우리의 고객입니다. 우리는 트래픽을 늘리고, 독자 참여와 충성심을 이끌어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미디어를 선도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결해나가려 합니다. 설령 극적인 성과가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언론사와 미디어 업계는 기술적 도구와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허공에 무작정 공을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지금의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매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합니다. 그리고 라디오가, TV가 각각 자기 역할과 형태에 맞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새롭게 출현한 매체에도 그것만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현재 스냅챗과 아마존 에코, 팟캐스트 같은 뉴미디어가 각자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처럼요. 마치 소설을 써내려가듯, 대화하듯, 좀 더 친밀하고 캐주얼한 느낌의 포맷이죠. 동영상과 오디오, 소셜 미디어,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 텍스트 등 구현 방법은 다양합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의 미션입니다. 제프는 미션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무언가가 우리의 브랜드라고 말합니다. 전 우리의 영혼이고 나침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미션의 정중앙에는 강력한 조직과 개인이 속해있는 저널리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 진리를 인지하기를 희망합니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는 언론 공격을 선거 운동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언론을 끔찍하고 저급한 쓰레기라고 비난하면서 이걸로는 성에 안 찼는지 저널리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저급한 대상이라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트럼프는 비판적인 언론을 고소하고 언론인을 더 쉽게 고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비판적인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 의해 몇 달 간 취재가 제한됐습니다. 백악관 입성 후 트럼프는 언론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뉴요커의 존 캐시디(John Cassidy) 기자는 트럼프가 언론을 독립적인 감시자가 아니라, 정치의 적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트럼프 정부에 불미스럽거나 부당한 일이 터졌을 때 쉽게 뒤덮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트럼프는 취임 4주 만에 주류 언론은 미국의 적이라고 규정했죠.

언론 조직으로서 우리의 목표는 정직하고, 존경받을 수 있으며, 공정하고 정확한, 그리고 솔직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겁니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War)이라고 말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일(Work)을 하고 있는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죠. 많은 언론인들이 트럼프 행정부 임기 4년 혹은 8년 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궁금해 합니다. 계속해서 괴롭힘 당하고 비난받을까요? 매번 벽에 부딪치게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그냥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 이게 독자들이 원하는 겁니다. 만일 우리가 진실을 보도하지 못하고 보도에 소극적이라면 독자들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독자들은 트럼프 정부를 둘러싼 문제에 우리가 책임 있는 자세로 맞서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이 개입된 사건들을 정밀하게 조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관련 보도로 구독자 수가 급증하는 트럼프 효과를 경험한 것입니다.

탐사 보도에는 비즈니스적인 이슈와 도덕적인 이슈가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혁신 전략이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심층 탐사 보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2016년 1월 타운홀 미팅에서 제프는 탐사 보도의 측정 지표를 공개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프는 이 지표가 우리가 하고 있는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프는 “지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오직 악덕 기업만이 이 지표를 무시할 것입니다. 옳은 것을 측정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측정이 어려우면 직감을 활용해보십시오.”라고 답변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언론 보도를 방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이건 언론을 침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 대중들까지 방해하는 것입니다. 고위직과 트럼프 사이의 내분과 관련된 모든 폭로와 트위터에 올라온 대통령의 글들은 국민들에게 실제로 백악관 안에서 벌어지는 정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정확한 정보를 감추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과거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백악관 출입자 명단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납세 자료 공개를 요구했을 때 트럼프는 정치 정책과 개인적 재산은 별개라는 이유를 대며 거부했습니다. 지난 5월 제임스 코미 FBI(연방수사국) 국장이 해임된 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FBI 수사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트럼프의 주장과 엇갈리는 고위 공무원들의 폭로와 증언들,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백악관 기자단을 통제했던 사안을 보고 있자면 역겹기까지 합니다.

저는 백악관과 언론 매체, 쌍방이 맺고 있는 사적인 관계보다 대중 앞에서 보여주는 입장과 모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언론의 신뢰와 위상을 훼손시켜 독립적인 보도를 방해하려는 데 있습니다. 불안한 건 트럼프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대다수가 언론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정 언론이 미국인의 적인가라는 질문에 81%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여론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의 36%가 언론 자유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답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는 여기에 감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주류 언론에 심각하게 적대적인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큰 도전과 고민에 직면해있습니다. 뉴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고의적인 거짓과 음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뻔한 거짓말을 믿고, 거짓이 전파되면서 사회는 점점 곪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본적인 사실조차 동의하지 않는 사회에서 언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대중이 사실을 가짜라고 치부해버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주주의의 기능을 살릴 수 있을까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거짓 정보를 억누를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를 매우 지지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정보의 출처를 분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공교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실시할 수 있는 기관을 육성해야 합니다.

독자들은 우리의 경험과 전문성을 더 많이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원본을 게재해야합니다. 또 인터뷰 전문과 전체 녹음 파일을 공개해야 합니다. 우리 기사에 정보 출처와 주석을 달아야 하고, 독자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과 우리가 아직 조사 중에 있는 것까지 전부요.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파렌트홀드(David Fahrenthold) 기자는 지난 한 해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금 기부 약속 이행 여부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취재 노트를 트위터에 올려 사람들에게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등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올해 수상식에서 독자들이 저널리즘의 퍼즐 조각을 맞춰줬다고 말했습니다.

미디어 산업 환경은 다각도로 급격한 변화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에 맞게 대중과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하시고, 도전하십시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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