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공권력 투입이 하루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노사가 8일까지 마련하기로 한 상생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쌍용차는 전체 직원 7135명 가운데 37%인 2646명을 줄일 계획인데 이미 150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추가로 1056명에게 정리해고 통보가 된 상태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진은 퇴거를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워낙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쉽게 타협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노사 양쪽에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여론은 많지만 정작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없고 정부 역시 한발 물러나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자동차 세제 지원 등의 간접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았을 뿐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오히려 정부 관계자들이 자동차 회사를 3개로 줄여야 한다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언론에 노골적으로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위기의 자동차 산업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렸던 토론회에서는 쌍용차와 GM대우자동차를 결합시키고 감자와 무상 소각 등을 통해 정부가 대주주가 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부품회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리해고식 구조조정보다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전제된 고용안정형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재의 소유구조에서 공적자금 투입은 상하이차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효과를 갖는다”면서 “상하이차에 경영 책임을 물어 대주주 지분을 무상 소각하고 그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위기의 근원은 산업발전에 대한 정책없는 부실한 해외매각으로부터 비롯됐다”면서 “책임을 져야할 정부가 법원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쌍용차 부실과 위기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자동차산업 구조개편 전략이 분명하지 않다”면서 “과거 쌍용차를 외국 투기자본에 넘기고 숙련공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인력조정을 남발하는 등 전략적 오류에 대한 반성은 없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쌍용차와 GM대우차를 부실자산 처리문제 정도로 보고 구조조정을 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명기 한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와 GM대우차를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문제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쌍용차와 GM대우차의 처리를 부실자산 처리형 구조조정으로 추진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이는 쌍용차의 경쟁력인 SUV 부문과 디젤엔진 그리고 GM대우차의 소형차 부문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기업개선 구조조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이 주축이 되어 경영권을 획득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기업개선형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주간 연속2교대를 도입하는 등 노동시간과 작업편성 방법을 개선하여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불안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고효율의 소형자동차가 중심이 될 전망인데 미국 GM은 산업은행의 요구대로 GM대우차를 친환경소형차 생산기지로 육성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본사의 성장 동력과 중복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욱 저렴하게 소형차를 생산할 수 있는 중국의 현지법인인 상하이GM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무턱대고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 GM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교수는 “쌍용차의 디젤엔진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기술을 활용해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여기에 GM대우차의 경쟁력을 결합하면 독자 생존이 가능한 새로운 자동차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정부가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공적자금을 제공하거나 기존 생산모델이나 향후 생산모델을 담보로 브리지 론을 제공하고 채무 조정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재편하는 수준을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회사의 회생절차는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한데 정부출자로 설립된 산업은행이 담보채권의 거의 10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 쌍용차의 회생절차는 현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노조의 제안을 반영해 보다 합리적인고 미래지향적인 회생방안을 회사와 법원에 제안한다면 극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정부 지원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대주주의 책임을 묻고 대주주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감자와 무상소각을 지분을 줄이고 정부가 지분을 확보해서 좀 더 생산적인 지배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쌍용차와 GM대우차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당장 유동자금을 지원하되 경제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기업도 민영화하는 마당에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는데 따른 사회적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국유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비용절감을 강조하는 미국식 구조조정에 대한 반성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 공동관리인들은 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지난 1월의 용산참사 못지 않은 심각한 무력 충돌로 치닫게 될 분위기인데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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