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한달 사이 1억원 이상 오른 경우도 있다. 부동산 거품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이런 부동산 과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서는 원인 분석은 없고 주식 동향을 중계하듯 매물 정보만 넘쳐난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조장하고 더 늦기 전에 대출이라도 받아서 아파트를 사라고 유혹하는 주범은 바로 언론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은 522조9764억원으로 2007년 말 474조975억원보다 48조8789억원이나 늘어났다. 예금은행 대출 396조3067억원 가운데 주택대출이 250조8926억원에 이른다. 특히 5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이 2조4300억원이나 늘어나 4월 1조2천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데 이어 6월에는 3조5천억원으로 증가 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이 같은 부동산 과열을 경고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강남 재건축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거나 6월 들어 아파트 거래가 급증했다거나 어디어디 아파트 호가가 1억원이나 올랐다는 등의 보도는 많지만 이런 보도들이 오히려 부동산 과열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담보인정비율 한도를 낮추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거라고 보는 언론은 거의 없다.
최근 출간된 ‘버블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일본의 행동파 경제학자 오바다 세키는 “‘거품일 때는 거품인줄 모른다’는 통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오히려 “사람들은 거품인줄 알면서 거품인줄 알기 때문에 뛰어든다”고 주장한다.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 가장 큰 투자 기회가 있고 그래서 정부와 언론이 의도적으로 거품을 조장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 과열에 비춰보면 정확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던 첫날인 지난 8일 조선일보는 “오를만큼 오르고 나니… 정부, 이제 와서 뒷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장 분위기는 다소 심드렁한 모습”이라면서 “강남 3구 역시 금융당국의 이번 대출 규제책으로는 투자를 잠재우기 어려울 거라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히려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 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는 4일 “강남·목동 재건축 한달새 1억 올랐다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힘입어 강남발 재건축 상승세가 주변 강동구와 양천구 목동 시장으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일단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2006년 부동산 광풍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상과열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이기도 했지만 전체 논조는 “강남 누르니… 이사가는 상승세”라는 부제에 그대로 담겼다.
한국경제는 17일 “강남 재건축 한꺼번에 규제 풀리니 용수철 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에서는 실물경기 침체가 심각한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 시장의 경우 실물경기와 맞물려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적은 없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때도 경기 상황은 나빴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채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이후 소폭 하락한 뒤 일부 지역은 많이 올랐다”면서 “가계 부채도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발언을 보도한 동아일보는 “한은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대응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면서 “구두 경고 메시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부분 언론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불신하거나 노골적으로 무력화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한국경제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 정도로는 재건축 오름세를 주저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한국일보는 “규제강화에도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다. 매일경제는 “대출 규제는 불필요한 조치고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데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