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김상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곽노현 후보는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을 맡은 바 있다. 진보성향 교수들과 함께 삼성그룹 불법승계 사건을 검찰에 고발해 5년의 소송 끝에 유죄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8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유일한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이기도 하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진보성향의 김상곤 한신대 교수가 교육감에 당선돼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을 거부하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서울에서는 리틀 MB로 불렸던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돼 국제중학교 설립, 고교선택제 실시 등 이명박 정부의 경쟁위주 교육정책을 충실히 답습해 왔다. 공 교육감은 뇌물수수와 인사비리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김상곤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곽노현 후보는 전망이 엇갈린다. 곽 후보의 경쟁상대는 한국교원단체총협회 회장 출신의 이원희 후보다. 보수 단일후보를 자처하는 이 후보는 후보 순위 추첨에서 1번을 배정 받아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반면 7번을 배정받은 곽 후보는 인지도에서 크게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27일 방송 3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원희 후보가 20.5%의 지지를 얻어 10.9% 지지를 얻은 곽노현 후보를 9.6%포인트 앞섰다. 반면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는 곽노현 후보가 11.8%의 지지를 얻어 8.6%의 지지를 얻은 이원희 후보를 3.2% 포인트 앞섰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대부분이라 변수가 많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서울 관악구 은천동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곽 후보의 선거 공보물을 대량 누락해 관건 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곽 후보는 29일 성명을 내고 “관악구 은천동 4천여 가구에 곽 후보 공보만 빠진 채 다른 후보들의 공보만 배달됐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관권 선거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곽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서대문과 강서, 강동구에서도 공보를 받지 못했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후보 캠프에 따르면 은천동 동사무소는 지난 25일 선관위로부터 후보들의 공보물을 일괄수령한 뒤 곽 후보의 공보물 일부가 부족한 것을 확인한 후 구청에 보고했고, 선관위도 이를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사무소는 곽 후보의 공보물이 부족한 상태로 그냥 발송했고 선관위와 동사무소가 서로의 책임이 아니라며 떠넘기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선관위는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이고 관악구 선관위는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7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라디오21 스튜디오에서 열린 곽 후보와 블로거들 토론회 내용, 그리고 30일 캠프 관계자와 통화를 인터뷰 형태로 다시 구성했다.

–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지만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 맨 위에 있는 후보가 한나라당, 두 번째 있는 후보가 민주당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곽 후보는 7번을 받았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아닌가.
“제비뽑기로 결정했는데 이건 사실 로또나 마찬가지다. 만약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투표용지를 8분의 1씩 나눠서 후보들의 순서를 무작위로 배치하면 된다. 그러면 제비뽑기도 필요없었을 것 아닌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정당과 무관하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 유일한 진보진영 단일 후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일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난 4월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과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 등과 함께 경선을 치렀고 독자 행보를 해왔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용퇴, 지지를 선언해 줬다. 이로써 내가 명실상부한 진보 단일후보가 됐다. 단일화보다 더 의미있는 건 19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보수진영의 이원희 후보는 교원평가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교원 10%를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교원평가제는 논란이 많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실력 없는 교사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건 아니냐는 고민은 하는 것 같다.
“교원평가는 이미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잘못됐다. 서너가지 원칙을 갖고 있는데 첫째, 교사의 전문성과 자부심에 부합하는 방식이 돼야 하고, 둘째, 학생 중심의 만족도 조사가 돼야 하고, 셋째, 학부모는 담임 교사에 대한 평가에 국한돼야 한다. 학부모가 과목별 평가를 하거나 교사들이 동료 교사를 평가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와 학생들이 소통하고 성찰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이원희 후보의 10% 교원 퇴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무슨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퇴출 목표부터 정해놓고 자르겠다는 건데 이건 문제가 많다. 이런 구호가 학부모들에게 먹힌다면 타성에 젖은 교사들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긴데 교사들도 반성을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공약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성적비리나 금품수수, 폭력과 폭언 등은 범죄행위고 적당한 제재조치가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10% 교사를 퇴출하겠다고 떠드는 것, 이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다.”

–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전국교원노조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것 같다. 일부 교육의원 후보는 전교조 퇴출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로서 보수성향의 교사를 용납할 수 있나. 만약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이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이른바 꼴통보수 교사를 받아들일 수 있나.
“사상의 자유는 다른 생각을 보장하는 것 아닌가. 교사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필요는 없지만 교사 개인의 이념이나 정치적 견해를 주입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 정도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진보성향의 교사단체도 있고 보수성향의 교사단체도 있을 수 있다. 어디가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최근 교과부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공무원과 교사들을 대량 해임했다. 일단 현행법을 어긴 건 분명하지만 징계의 수위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정법을 고의로 위반하는 것까지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134명의 교사들을 모두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전제로 깔고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일부 교사들은 당비가 아니라 후원회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정당 가입이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당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가도 의문이다. 기본권 제한은 엄격해야 한다고 본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공정택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심지어 구속기소까지 됐는데도 징계를 안 당했다. 법 집행의 형평성이 없다. 이건 인사폭력이라고 본다.”

– 시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친 전교조와 반 전교조의 구도로 가는 분위기다. 왜 이 시점에서 교과부가 전교조 때리기에 나섰을까.
” 정확한 지적이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친 전교조와 반 전교조의 프레임을 걸기 위해 정권이 개입했다고 본다. 이런 의혹을 피하려면 1주일만 참았으면 된다. 아직 재판 중인 사안을 터뜨려 이슈를 만드는 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 공교육 혁신도 좋고 창의성·인간성 교육도 좋지만 다들 내 아이만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기를 바란다.
“이 세상의 어떤 선도 불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불안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유를 안 준다? 그럼 책임을 배울 수 없다. 그럼 응석받이가 되고 성숙하지 못한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자유를 제약 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고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것. 이런 꿈은 100만명이 꾸지만 20만명만 성취할 수 있다. 누구나 성취할 수 없는 꿈은 가치가 아니다. 가치와 반 가치가 혼재돼 있다. 교육의 목표가 잘못돼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80%가 낙오자가 된다. 불안에서는 선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자유에 배팅하고 책임에 배팅해야 한다.”

– 대학 서열화와 그에 따른 직업선택의 제약, 신분의 격차, 경제적 불평등이 학력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구조적 모순을 무시하고 너무 원론적인 공약만 늘어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한 사회의 욕망과 불안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투영되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의 불안 구조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전에는 학교가 바로 설 수 없다. 어느 것이 우선이냐, 나는 학교를 먼저 세울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기성 세대도 아이들에 대해서는 학교를 통해 계급 강화가 아니라 계급 해소를 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가난한 집 아이도 학교에 오면 남부럽지 않게 만들고 부잣집 아이들은 검약을 배우게 만들고 가난한 집 아니다 부잣집 아이나 서로 어울리고 민주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역사 공동체로서 서로 존중을 배워야 한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학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학 입시경쟁을 하루아침에 끝낼 수는 없지만 종속도를 낮춰야 한다. 이건 낭만적이거나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혁신학교 동네방네 만들 거다. 인간성 교육, 창의성 교육 전면화 할 거다. 아이가, 교사가, 학부모가 환한 웃음을 찾는 거 보게 될 거다. 가능하다. 3년만 지켜봐 달라. 대학 총장들하고 이야기하고 정치권과 이야기하고 교과부와 이야기할 거다. 이번 선거에서 16개 시도교육감이 최초로 직선제로 동시에 탄생된다. 힘이 강할 거다. 이제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공통 분모가 있을 거다. 내가 의장이 될 거기 때문에 강하게 들이댈 거다. 입시제도 이렇게 바꾸자고, 학벌없는 채용정책 필요하다고 교육재정 확보해야 한다고,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무한책임 혁신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할 거다. 이 불모의 교육정책 끝장 낼 거다. 나는 분명한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다.”

– 그래도 입시경쟁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어렵지 않을까. 명문대학에 못 가는 나머지 80%는 어떻게 하나.
“흔히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행복은 적성순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교를 가면 경제적으로 좀 더 윤택하게 되겠지만 그게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게 행복 아닐까.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적성을 찾아서 한 길을 판 친구들이 40대가 되면 평등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네트워크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적성을 찾고 정체성을 찾고 지적 흥미와 필요를 찾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혁신학교 300개 설립이 가능한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창의성 교육, 인권에 바탕해서 전통적 덕목과 현대적 가치들을 더하는 인간성 교육, 자기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찾는 적성 교육의 전면화, 이 세 가지를 전면화하는 공교육의 새 표준을 제시할 거다. 특히 형편이 나쁜 지역에는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해서 집중 투자를 할 계획이다.”

– 기간제나 인턴 교사에 대한 대책은 있나.
“나는 노동법 교수인데 모든 약자는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들이 단결하면 강자가 불편해진다. 나는 약자들의 단결을 조장하고 지원하고 독려하는 사용자가 될 거다. 오직 그것만이 약자와 강자의 균형을 가져오고 높낮이를 같이 해서 서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사 뿐만 아니라 급식 담당 조리사나 수위, 관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해소를 사회적 책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관악구에서 곽 후보의 공보물이 대량 누락됐다. 의도적으로 공보물을 누락했다고 보나.
“은천동 동사무소 담당자가 26일 공보물 4천여 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 관악구 선관위에 알렸으나 선관위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발송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 실수일 수가 없다. 명백한 관건 선거다. 선관위는 문제가 되자 뒤늦게 추가로 발송했다고 해명했는는데 그렇다면 발송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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