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컴퓨터를 가르쳐 드렸더니 요즘은 인스턴트 메신저로 얼른 장가 가라고 잔소리를 하신다. 얼마 전에는 “왜 네 기사에는 그렇게 악플이 많냐”고 하시던데 뭐 원래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우리 회사 사이트에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한 이후 오히려 악플이 늘어나기도 했고 최근 천안함 침몰 사고 기사를 쓰면서 부쩍 악플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천안함이 북한 군이 쏜 어뢰를 맞아서 버블제트형 폭발을 일으켰는지 어딘가에서 좌초된 뒤 표류하다가 함미에 물이 차서 무게를 못 이기고 절단 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국방부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으며 계속해서 임기응변으로 떼우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기자로서 당연한 사명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 기사로 썼으니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난 토요일 북한 국방위원회의 기자회견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분명히 외국인데 우리와 말이 통하고 뭐랄까 유머의 코드가 통한다는 느낌이랄까. 국방부는 그동안 국내 언론의 문제제기를 묵살해 왔지만 이제 상황은 국가 대 국가의 진실 공방으로 확산됐다.
국내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기자회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상어급 잠수함이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130톤급 잠수정에서 중어뢰를 쏜다는 건 소총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된다. 어뢰 공격이 맞다면 왜 가스터빈실을 공개하지 않나. 어뢰 공격이라면 갈가리 찢겨지지 않았을까.”
리선권 국방위 정책국 대좌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번, 2번이라는 호칭을 체육선수에게만 쓴다”면서 “그렇다면 이 추진체가 축구선수냐 농구선수냐”고 반문했다. 리 대좌는 “산산조각나야 할 어뢰가 구동축 추진축까지 생생하다”며 “이 어뢰로 대형 함선 두동강 냈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날조하려면 상대방을 좀 알고 날조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나는 이 기자회견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국내 언론은 다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고 대책없이 끌려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직접 나서서 국내 언론이 하지 못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도 조롱하는 투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이 사건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가고 싶다면 북한의 문제제기에 명확히 답변을 해야 한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 사고 시각이 계속 바뀌었고 없다던 열상감지장치(TOD) 동영상이 계속 나왔고 물기둥도 없다가 생겨났다. 뺨에 물이 튀겼다는 증언도 뒤늦게 나왔다. 버블제트형 어뢰라고 했다가 옆으로 퍼지는 물기둥이라고 했다가 발표 때는 그에 꿰어맞춘 듯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구성도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조사단의 일부 조사위원들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심지어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발표 시기를 조정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발표 닷새 전에 인양된 어뢰 추진체와 거기에 적힌 파란색 1번 글씨도 사실 뜬금없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우리 정부를 신뢰한다. 정부의 공식 발표대로 북한의 공격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앞두고 감히 은폐‧조작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건이기 때문에. 다만 그러려면 정부는 국민들이 제기하는 합리적인 의문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그건 국민의 권리이고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나는 딱 하나만 묻고 싶다. 그날 천안함의 음파 탐지기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어뢰든 뭐든 뭔가는 기록됐어야 한다. 레이더에 안 잡히는 스텔스 어뢰라도 음파 탐지기에는 잡혀야 한다. 그때는 못 봤지만 다시 보니 이게 어뢰의 음파였던 것 같다고 공개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국민들이 믿지 않을까.
아울러 가스터빈실도 공개해야 한다. 어뢰의 직접 충격을 받았다는 가스터빈실은 어떻게 됐을까. 파공과 파편으로 뒤덮혔을 가스터빈실이야 말로 결정적 증거가 될 텐데 조사단의 조사위원들은 왜 그걸 요구하지 않았을까. 언론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언론은 왜 일촉즉발의 위기를 방관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