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도 안 되는데 금리 인상까지… 아파트 한 채가 짐 될 줄이야”. 한국경제 12일 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김아무개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김씨의 80평형 아파트는 5년 전에 재건축을 했는데 시세가 30억~40억원 정도, 남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부자처럼 보이지만 김씨는 대출금 2억원의 이자 부담 때문에 쩔쩔맨다. 김씨는 “집을 내놔봐야 팔리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비슷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금리인상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출구전략을 앞당긴 건 장기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데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무엇보다도 시중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일차적으로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침체 국면에 들어선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아예 “이대로는 다 죽는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질 경우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2조원 이상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가 급증하면 가계파산마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경제지들이 비슷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데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거품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가계부채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오히려 금리인상을 늦출 경우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제지들은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경제는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규제 완화 수준을 지금까지 검토해왔던 것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매일경제는 “미분양 주택 환매조건부 매입만으로는 미분양 해결이 어렵다”면서 “외환위기 때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대거 인수해 충격을 줄인 것처럼 정부 지원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기대했던 건설사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은 업계 분위기를 대변한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가계부채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 시각”이라면서 “정부도 건설업계가 요구한 10~20%의 DTI, LTV 완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이야기”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경제지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DTI와 LTV 규제는 부동산 규제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가 풀려있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까지 풀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상수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금융규제를 완화할 경우 투기심리를 조장해 자칫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DTI·LTV 규제를 완화하자는 건 투기세력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도 “이미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도 DTI·LTV 규제와 무관하게 부동산 대출을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금융규제 완화는 위험천만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지들의 호들갑과 달리 금리인상이 당장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금리인상과 별개로 시중금리는 이미 상당부분 올라있는 상태고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경제지들의 요구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되살려 보려는 기약없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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