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모았던 애플의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가 국내에서도 곧 출시될 전망이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아이패드 와이파이 모델의 전파인증서를 교부받은데 이어 3G 모델에 대한 전파인증을 추가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초 KT를 통해 아이패드가 정식으로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삼성전자 갤럭시탭도 조만간 출시될 전망이라 향후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태블릿 컴퓨터는 미디어 산업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전자출판이 확산되고 스트리밍 방식의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할 전망이다. 종이신문이나 종이잡지가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콘텐츠 수익모델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판을 새로 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태블릿 서비스 시스템 등 공용 인프라스트럭춰 구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1차로 6억5천만원 규모가 책정됐고 내년에 추가 증액될 예정이다. 신문사들이 만든 신문 이미지 파일을 국제 뉴스 유통 규격에 맞춰 모바일 서비스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위한 중계 서버 구축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첫째, 태블릿 서비스가 종이신문의 수익기반을 위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둘째, 태블릿 컴퓨터가 얼마나 보급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비용 지출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셋째,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정작 유료화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많다. 당장 돈은 안 되면서 기존의 수익기반을 잠식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언론진흥재단의 태블릿 서비스는 자칫 온라인신문협회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온뉴스처럼 유명무실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2개 신문사들이 모여서 만든 온뉴스는 여러 신문의 기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좁은 스마트폰으로 신문 지면을 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여러 차례 예고했던 것과 달리 섣불리 유료화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블릿 서비스의 가장 큰 딜레마는 이미 대부분의 뉴스 콘텐츠를 웹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데 누가 유료 결제를 하겠느냐는데 있다. 물론 종이신문의 경우 기사의 경중이 한 눈에 구분되고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미 상당수 독자들이 하이퍼 링크 텍스트 기반의 온라인 기사 읽기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다. 신문사 입장에서 태블릿 서비스는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별다른 실익이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최근 아이패드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경제의 경우 별도로 태블릿 편집을 위한 인력을 배치했다. 중앙일보와 연합뉴스도 마찬가지다. 태블릿 서비스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처럼 자동으로 콘텐츠 목록이 갱신되는 방식이 아니라 종이신문처럼 수작업으로 편집을 해줘야 한다. 엄청난 개발 비용은 물론이고 상시적인 관리 인력이 소요되는데 정작 당장 수익은 안 되고 종이신문이나 온라인 서비스와 큰 차별성을 보여주는데도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신문사 뉴미디어 담당 기자는 “태블릿 서비스를 해봐야 정작 몇 명이나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기자는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이 얼마나 보급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실제로 날마다 찾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신기하게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내부에서도 관심이 줄어들 것이고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유명무실한 서비스로 머물다가 결국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스크랩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지면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하미커뮤니케이션즈의 공종성 전무는 “우리 같은 경우는 대부분 신문사들의 신문지면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변환 과정만 거치면 지금이라도 당장 모든 신문사들의 태블릿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 전무는 “결국 문제는 가격인데 신문사들의 반발 때문에 종이신문 구독료보다 싸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뉴미디어국 박종익 기자는 “가격이 얼마든 단순히 신문지면을 그대로 옮겨놓는 서비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1면 머리기사가 뭔지, 몇 단 크기로 어느 면에 배치됐는지 등등 신문의 의제 설정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한동안 남겠지만 상당수 독자들은 이에 관심이 없다”면서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차별화된 콘텐츠와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블릿 컴퓨터 이후에도 종이신문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자들의 상당수가 이미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태지만 여전히 지면 광고 의존도가 높고 광고주들도 종이신문 판매 부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낮은 광고 효과 대비 광고비도 매우 높은 편이고 이 때문에 광고주들과 유착이 관행화돼 있다. 콘텐츠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런 한국 신문시장의 특수한 수익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기자는 “많은 신문사들이 유행처럼 태블릿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종이신문 지면을 단순 변환하는데 그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휴머니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테크놀로지는 오히려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신문산업에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에 앞서 뉴스룸의 대대적인 개편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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