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버스’ 이야기를 듣고 나는 잠깐 울컥했다. ‘희망의 버스’란 한진중공업 부산 공장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 150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씨를 지지하기 위해 오는 11일 전국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말한다. 서울에서는 11일 오후 6시 30분, 시청 앞 광장 재능교육 노동자들 농성장 앞에서 출발한다.

전국에서 출발한 ‘희망의 버스’는 그날 저녁 85호 고공 크레인 밑에서 모이게 된다. 8년 전 김주익씨가 죽어서 내려왔던 바로 그 크레인이다. 김진숙씨는 김주익씨의 못 다한 꿈을 이루고 반드시 살아서 내려오겠다고 했다. ‘희망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밤샘 농성을 함께 하게 된다.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김주익씨를 돌아보면 ‘희망의 버스’는 말 그대로 얼마나 희망적인가. 김진숙씨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내가 김진숙씨라면 35미터 상공 크레인 위에서 눈물을 쏟을 거 같지만 아마도 그는 모여든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당당하고 결연한 목소리로 ‘투쟁!’을 외칠 것 같다.

‘희망의 버스’에는 유성기업과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콜트콜텍, 국민체육진흥공단, 발레오공조코리아, 한일파카유압, 포레시아 등 전국의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올라탄다. 관광버스 대절을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의 아침을 지원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절망의 한 복판에서 거대한 축제가 시작되려 한다.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김진숙씨가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선정위원회는 “그는 노동운동의 탄압도구로 전락한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런 투쟁을 통해 한진중공업 뿐만 아니라 전국의 노동자와 민중들의 희망으로 우뚝 서 있다”면서 “그에게 격려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는 의미로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진숙씨가 쓴 ‘소금꽃나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낙타가 죽으면 저도 살 수 없다는 걸, 욕심에 어두운 인간들은 종종 잊는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 출현하기 전부터 낙타는 살아 있었고, 낙타는 멸종하지 않았다. 숙명처럼 길을 걸을 뿐, 결코 쓰러지거나 지름길을 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은 걷는 만큼 줄어든다. 이 길도 언젠가는 끝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머잖아 우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예전의 우리는 이미 아닐 것이다. … 축구공을 농락하는 선수들의 현란한 발재간보다는, 다섯 살부터 하루 300원의 임금을 받고 공을 만들다가, 강한 본드의 영향으로 일곱 살에 두 눈을 실명한 소녀 소니아의 노동에 우리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송경동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희망의 버스’는 “모든 정리해고자들과 비정규직들의 절망을 딛고 우리 사회가 조금은 안전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웠으면 하는 희망을 담는 버스”다.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연대의 문화를, 그 기쁨과 환희를 나누는 버스”다. 참가비는 3만원. 미리 신청을 해야 하는데 참가비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은 그냥 가도 된다고 한다.

참고 : 김주익과 김진숙, 그리고 정은임.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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