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 사이트 방문자수 1위. 허핑턴포스트는 독특한 온라인 신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펴낸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에서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허핑턴포스트의 성공 요인을 블로그의 뉴스화에서 찾고 있다. 상당수 뉴스 사이트들이 일찌감치 블로그를 개설했으면서도 어디까지나 뉴스의 보조 수단으로 취급했던 것과 달리 허핑턴포스트는 블로그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된 콘텐츠를 쏟아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게 패배한 바 있다. 정치인 이전에 정치 칼럼리스트로도 이름을 날렸다. 허핑턴포스트가 2005년 정치 블로그로 출발했던 것도 다분히 아리아나의 지명도에 기댄 전략에서였다. 아리아나는 블로그와 뉴스를 결합하는 새로운 미디어를 구상하고 정치 인맥을 동원해 쟁쟁한 정치인들을 블로거로 끌어들였다.
블로그 기반의 온라인 신문이 허핑턴포스트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폐쇄형이고 전문가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유명 인사를 중심으로 250여명의 핵심 필진을 확보하고 단기간에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다. 조 연구원은 “다른 언론 등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인물들, 타계하신 리영희 선생님이나 가수 조용필 등이 직접 글을 올리는 블로그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면서 “관심이 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허핑턴포스트가 필진들에게 원고료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리아나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참여한 사람들인데다 대부분 유명 인사들이라 원고료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정 정도 기부 성격이기도 하고 필진으로 초청 받는다는 사실이 영광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필진들이 원고료 지급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떠나기도 했지만 아리아나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열성적인 독자들을 관리자(moderator)로 지정, 댓글 관리를 맡겨 악성 댓글을 삭제하도록 한다거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도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다. 덕분에 허핑턴포스트는 다른 인터넷 뉴스 사이트와 비교해서 방문자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체류 시간(월 55분)도 두 배 이상 길고 검색엔진을 타고 들어오는 비율도 35%로 매우 높은 편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직원은 100여명, 순이익은 지난해 기준으로 3천만달러였는데 올해는 1억달러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아메리카온라인(AOL)은 허핑턴포스트를 3억1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허핑턴포스트가 AOL과 손을 잡은 건 현금 조달 뿐만 아니라 AOL의 동영상 서비스 등과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뉴스 영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핑턴포스트의 교훈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기자가 아니라도 수준 높은 콘텐츠를 써낼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허핑턴포스트는 철저하게 전문가 글쓰기를 표방했다. 둘째, 양보다는 질에 신경을 써라. 그러려면 필진을 가려서 받아야 한다. 셋째, 다른 언론에 나오지 않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라. 인사이트를 담아내라. 넷째, 독자들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줘라. 독자들을 붙잡아둘 인터페이스를 고민해라.
우리나라 오마이뉴스와 뭐가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들이 오마이뉴스라는 브랜드 아래 종속되는 느낌이지만 허핑턴포스트는 각각의 블로거들이 돋보이는 구조다. 결정적으로 오마이뉴스는 월급 받는 직원 기자들이 쓴 기사를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들보다 더 중요하게 배치했다. 주류 언론과 비교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전문가들을 시민기자로 끌어들이는 데도 실패했다.
한국판 허핑턴포스트는 가능할까. 대중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좁다고들 하지만 그건 발굴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뉴스를 넘어 ‘당신 같은 사람이 기자를 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할 듯. 한가한 시사평론으로 흐를 위험도 있지만 그 때문에 더욱 더 전문가 그룹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매우 취약해서 걱정이지만 콘텐츠만 받쳐준다면 어떻게든 먹고 살 길이 열리지 않을까.
광고 시장이 취약해서 걱정이라는 게 최초 단초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경멸 또한 큰 문제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