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기 귀찮은데 우리 햇반이나 먹을까요. 생각보다 먹을만 하던데요.”

“아니, 이 여편네가…. 남편은 재테크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밥도 안해주겠다는 말이야? 신문 좀 봐. 수출주가 다시 뜬대잖아. 이번에는 수출주를 사야겠어.” 이 투자자는 아내가 밥 대신 햇반을 먹자고 할 때도 정작 햇반과 CJ의 주가를 함께 생각하지 못한다. 뜬 구름 잡는 신문 기사를 파고 들면서 수출주를 살 궁리를 하느라 바쁠 뿐이다. 그는 딸 아이가 마시고 있던 2% 부족할 때를 여러번 얻어마시고도 롯데칠성의 주가에는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친구들과 날이면 날마다 백세주에 취하면서도 국순당이라는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른다. 담배를 끊으려고 자일리톨을 날마다 한통씩 씹고 있으면서도 담배인삼공사나 롯데제과의 매출에는 관심이 없다.

2003년 한해 동안 햇반을 포함한 이른바 즉석밥은 1천억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석밥 시장은 해마다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햇반을 만들어 파는 CJ의 주가는 2001년 9월 3만2600원에서 2003년 9월 5만4천원까지 올랐다. 2년만에 1주에 2만원남짓, 70%의 엄청난 수익률이다. 이렇게 확실한 주식을 놔두고 수출주 타령이나 하고 있는 당신은 주식 투자를 할 자격이 없다.

2% 부족할 때는 더 기가 막힌다. 1999년 7월에 처음 나온 뒤 2년만에 무려 10억캔이나 팔렸다. 가장 잘 나가던 때인 2000년에는 한해 1700억원을 벌어다 줬다. 그해 우리나라에서 팔린 생수가 모두 합쳐 1600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뒤이어 우후죽순처럼 여러 회사에서 이른바 미과즙 음료를 내놓았으나 아직도 2% 부족할 때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걸 모방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제대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롯데칠성은 저력이 있는 회사다. 1980년대 중반 밀키스의 선풍적인 인기를 생각해 봐라. 롯데칠성은 그뒤로도 잊을만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신제품을 내놓았고 지난 몇십년동안 탄탄하게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물론 주가도 그에 걸맞게 올라줬다.

최근에는 이효리가 광고하는 델몬트 망고가 대박을 터뜨렸다. 다른 음료수보다 1~200원씩 비싼데도 2003년 1월에 첫선을 보인 뒤 5개월만에 5000만캔이 팔렸다. 롯데칠성은 2003년 델몬트 망고의 매출 목표를 200억원에서 1400억원까지 높여잡았다. 국내 음료시장이 1조65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음료수는 한번 성공하면 적어도 5년은 먹고 산다고 한다. 롯데칠성의 주가는 2001년 1월 15만원에서 2002년 5월에는 76만6천원까지 올랐다. 그뒤로 한참 빠지기는 했지만 2003년 9월 현재 6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년 남짓한 동안 네배로 오른 셈이다. 누가 봐도 롯데칠성의 성공은 분명했지만 롯데칠성의 주가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백세주도 마찬가지다. 백세주는 2002년 한해동안 1400억원어치나 팔렸다. 오십세주의 유행이 조금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나간다. 국순당의 주가는 2001년 9월 1만4914원에서 2002 5월 4만원까지 올랐다. 역시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담배를 끊겠다는 독한 결심을 하면서도 KT&G(옛 담배인삼공사)의 주가가 얼마나 빠지는지 관심이 없었다. 담배 대신 자일리톨을 씹으면서도 롯데제과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모른다. 한동안 유난히 거셌던 금연운동 탓에 담배인삼공사의 주가는 한참 맥을 못추다가 레종이나 클라우드 나인, 더원 같은 고급 담배를 잇따라 내놓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주가도 따라 올라갔다.

한편 롯데제과 자일리톨은 2002년 한해동안 1800억원어치나 팔렸다. 우리나라 껌 시장은 한해 34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자일리톨 껌이 70%에 이르는 2400억원 규모를 차지한다. 롯데제과는 여기서 다시 75%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눈치빠른 사람들은 일찌감치 자일리톨의 인기를 보고 롯데제과의 주가에 주목했을 것이다. 롯데제과의 주가는 2001년 1월 9만9900원에서 2002년 5월 69만9천원까지 뛰어올랐다. 무려 699%의 놀라운 수익률이다. 역시 다시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6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에만 나가봐도 이런 변화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나 주식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하다. 멀리 나가지 마라. 구멍가게에 나가보면 돈 되는 주식 정보가 널려있다. 밥 대신 햇반을 먹으면서도, 담배를 끊고 자일리톨을 씹으면서도 왜 햇반이나 자일리톨 만드는 회사의 주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가. 알지도 못하는 수출주를 살 바에야 저녁마다 마시는 백세주 만드는 회사 주식을 사라.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행을 좇아 말도 안되는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달만에 두배로 뛰어오르는 주식을 보면 눈이 뒤집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주식은 복권이나 마찬가지다. 대개 그런 주식들의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고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은 오히려 반토막이 나기 쉽다.

세계 2위의 부자 워렌 버핏이 가장 좋아한 주식은 코카콜라와 질레트였다. 그는 평생동안 고집스럽게 10개 정도의 주식만 사고팔았다. 마이크로소프트니 인텔이니 정보기술 주식이 마구 뜰 때도 그는 고집을 지켰다. 한번 좋은 주식을 고르면 오를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무작정 기다렸다. 오를 만큼 오른 뒤에도 더 좋은 주식이 없으면 계속 들고갔다. 그런 고집스러운 투자원칙이 지난 40년 동안 연평균 26.5%의 수익을 그에게 안겨줬다. 1956년의 100달러가 2002년에는 자그마치 350억달러(43조75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부자가 됐다.

우리도 이제 불확실한 일주일 앞을 내다보지 말고 확실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이제 장기투자가 뿌리내릴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 잔 파도에 흔들리지 말고 큰 흐름에 올라타는 것, 이 원칙이 성공적인 투자의 기본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결코 대박을 바라지 마라. 여기저기서 쏟아내는 온갖 추천종목에도 관심을기울이지 마라. 핵심은 분명하다. 일주일 뒤나 한달 뒤를 내다볼 수는 없지만 일년 뒤나 3년 뒤는 내다볼 수 있다.

이른바 가치투자의 원칙은 세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종목을 사놓고 기다려라. 둘째, 시장이 아닌 회사를 사라. 셋째, 잘 아는 회사를 사라.

우리나라에서는 한일투자신탁운용 이해균 팀장이 워렌 버핏 같은 가치투자로 성공한 경우다. 2000년과 2001년 정보기술 주식의 폭락으로 전세계 증시가 망가지던 와중에 이 팀장은 꿋꿋이 수익을 내 주목을 받았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주가가 빠지면 주식을 허겁지겁 털어내고 채권으로 옮겨타거나 아예 현금을 들고 가는 얄팍한 전략을 쓰는데 이 팀장은 시장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을 그대로 들고 갔다. 그리고 그 주식들이 수익을 올려줬다. 엄청난 대폭락의 와중에 말이다.

이 팀장이 들고 있던 주식은 앞서 예로 든 구멍가게에서 고른 주식들, 롯데칠성과 태평양, 국순당, 금강고려화학 등이었다. 이 팀장은 이를 테면 삼성전자가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비싸다고 생각되면 사지 않는다. 남들이 모두 삼성전자가 뜬다고 외치면서 난리법석을 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보다 더 싼 주식이 얼마든지 있는데 뭐하러 비싼 삼성전자를 사냐는 이야기다.

그는 아예 시장을 보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유행이나 테마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미국에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거나 말거나 환율이나 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신문과 방송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거나 그의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식 하나 하나를 깊게 파고들어 싼가 비싼가를 가려낼 뿐이다. “흔히 말하는 가치주니 성장주니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무의미합니다. 오직 싼 주식과 비싼 주식이 있을 뿐이죠. 우리는 싼 주식을 골라내 비싸다고 느껴질 때까지 그대로 들고가는 전략을 씁니다.”

싼 주식은 어떻게 골라낼 수 있을까. 롯데제과가 지난해 자일리톨껌을 얼마나 팔았는가 알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http://dart.fss.or.kr 에 들어가서 롯데제과를 두들겨 보자. 품목별 매출액은 물론이고 수량과 영업이익, 원자재 단가 등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볼 수도 있고 올해도 분기마다 따져볼 수 있다. 최근 판매 동향이 궁금하면 뉴스를 검색해보거나 직접 회사에 전화를 걸어 투자자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좋은 회사는 주주들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지난해보다 올해, 실적에 비춰 주가가 싼가 비싼가를 판단하라는 이야기다.

자일리톨껌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훨씬 많이 팔리는데 주가는 더 낮다면 롯데제과는 아직도 관심을 가져도 좋다. 올해 새로 나온 델몬트 망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그 열기가 좀처럼 식을 것 같지 않다면 롯데칠성의 주가는 아직도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주식투자는 타이밍(timing)이 아니라 타임(time)의 예술이다. 사고팔 때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주식을 골라 오를 때까지 들고가는 뚝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오르고 있는 주식을 골라서 사는 것은 도박이다. 좋은 주식인데 아직 뜨지 않고 있는 주식을 골라서 오래 들고 가라는 이야기다. 돈을 벌고 싶으면 나무를 가꾸는 심정으로 자손 대대로 물려줄 종목을 골라야 한다. 언젠가는 그 주식이 대박을 터뜨려준다. 좋은 주식, 오를 주식은 한번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 그게 남들따라 유행처럼 아무거나 따라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확신을 갖자.

상자 기사. / 피터 린치가 말하는 가장 어리석은 생각 12가지.

마젤란 펀드의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1977년 2천만달러로 마젤란 펀드를 인수해 13년 동안 무려 660배에 이르는 132억달러를 만들어 낸 전설의 영웅이다. 피터 린치가 말하는 주식 투자의 가장 어리석은생각 12가지를 아래에 소개한다. 사자 마자 오르는 주식을 골라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건 대부분 환상이거나 착각이다. 그런 욕심을 가진 투자자들은 모두 나가떨어진다. 주식에 손을 댈 생각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1. 떨어질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질 리 없다.
2. 바닥 시세로 잡을 수 있다.
3. 이미 오를만큼 올랐는데 어떻게 더 오를 수 있겠는가.
4. 고작 3달러짜리 주식인데 손해봐야 얼마를 보겠어?
5. 언젠가는 결국 회복된다.
6.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온다.
7. 10달러까지 회복되면 팔겠다.
8. 걱정할 거 없어. 안정주는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으니까.
9. 무엇인가 터지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겹다.
10. 그 주식을 샀더라면 떼돈을 벌었을 텐데.
11. 이번에는 놓쳤지만 다음번에는 꼭 잡고야 말겠다.

Similar Pos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