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먼저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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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WHO보다 먼저 경고했다는 보도가 여기저기 나왔는데, 사실과 다르다.

국내 언론 보도는 1월25일자 와이어드 보도를 인용한 것인데, 일단 인공지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먼저 발견하거나 예측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당연하게 드는 의문은 도대체 인공지능이 무슨 신통방통한 재주를 부려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할 거란 사실을 미리 예측했느냐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전지전능하신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둑판처럼 들여다 보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걸로 착각하는 것 같다.

와이어드 기사는 “automated infectious disease surveillance”를 한다는 블루닷(Bluedot)이라는 회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했다는 사실을 지난해 12월31일 고객들에게 통보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블루닷의 경고는 기사 스크랩이 출처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원인 불명의 폐렴이 화난 해산물시장에서 전파됐다”고 공식 발표한 게 지난해 12월31일이고 당연히 수많은 기사가 떴고 그걸 블루닷이 확인한 것 뿐이다. 우한에서 폐렴이 확산된 건 12월 초부터지만 12월30일 중국 정부 문건(紅頭文件)에 관련 보고가 있다는 사실이 흘러 나오면서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우한 폐렴’ 한 달 전 AI는 알고 있었다”, 이런 제목의 기사는 황당할 따름. 폐렴이 발병한 지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서야 기사가 뜨기 시작했고 AI도 기사를 보고 경고를 내보냈다는 정도가 맞다.

“(인공지능의 경고가) WHO가 우한 폐렴을 경고한 날(9일)보다 열흘이 앞서고 CDC가 우한 폐렴의 존재를 발표한 날(6일)보다도 일주일이 더 빨랐다”는 건 공식 발표한 날이 그날이라는 것 뿐, 이미 한국에서도 12월31일부터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가 난 뒤에도 WHO나 CDC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도 아니고 인공지능이 경고할 때까지 세상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아니다. 블루닷도 결국 우한시 발표 다음날 경고를 내보낸 것인데 통상적인 경고 이상으로 심각성을 얼마나 강조했는지는 모르겠다.

블루닷의 경쟁력이라면 날마다 65개 언어로 10만 건의 기사를 자연어 처리 기법으로 분석해서 감염병을 추적한다는 건데, 이런 설명이 맞다면 실제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감염병을 블루닷이 먼저 찾아내는 시스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잡음이 많아서 소셜 미디어는 크롤링하지 않는다고.

“In other words, our new AI overlords might actually help us survive the next plague(우리의 새로운 AI 지배자들이 다음 역병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와이어드의 평가도 설레발이 지나치다.

또 다른 인공지능 회사 Metabiota의 분석도 마찬가진데 중국에서 발병했으니 태국과 한국, 일본 등으로 확산될 거라는 경고는 굳이 인공지능이 아니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과다. 미국은 발병 가능성이 높지만 콩고는 발병 가능성이 중간 정도라는 것도 인공지능만 할 수 있는 분석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충분히 대단하고 더 대단해지겠지만 아직은 그렇게 엄청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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