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이 6일 입법예고되면서 이른바 한국형 골드만삭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내년 3월 시행되는 자통법에 거는 과도한 기대는 우리은행의 서브프라임 투자 추가 손실이 3천억원을 웃돈다는 기사와 정확히 배치된다. 같은 날 나온 두 기사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한국형 골드만삭스가 자통법의 장밋빛 미래라면 서브프라임 손실은 그 장밋빛 미래가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위험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국내 7개 은행은 최근 부채담보부채권(CDO) 손실 6억8250만달러 가운데 82.4%인 5억6300만달러를 상각했다. 서브프라임 관련 CDO의 경우 현재 시가가 액면가의 10% 수준이라 추가 상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급보증증권(CDS) 관련 손실은 추정조차 어렵다. 우리은행은 미국 회사채 CDO를 지급 보증한 CDS 5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국내 은행 가운데 선도적으로 투자은행 업무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의 손실 규모는 모두 8천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우리은행의 해외 금융기관의 CDO와 CDS에 단순 투자했을 뿐이고 그 부실의 여파가 우리은행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아직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이 확산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년부터 자통법이 본격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이 투기적 게임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다.

이번 자통법 시행령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증권사에 일시적 신용공여와 지급보증 등을 허용한 부분이다.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져 외국계 자본이나 다른 대출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대형 인수합병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진입 기준도 대폭 낮춰 자기자본 10억원이면 위탁매매 전문 증권사를 설립할 수도 있게 됐다.

경제지들은 규제 완화 추세를 환영하면서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매일경제는 “진입장벽을 낮춰준다면서 의무 자기자본 규모를 마치 물건 값 깎듯이 조금씩 낮춰줬다”면서 “행정 편의주의적 관치”라고 비판했고 한국경제도 같은 맥락에서 “소형 금융회사들의 난립과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와 대형 투자은행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넘쳐나는 것과 달리 정작 위험 관리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임직원 겸직 금지와 사무공간 분리 등 정보 교류 차단과 의무공시 확대 등이 도입됐을 뿐 정작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가 허용된 장외 파생상품의 투자 범위와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규제는 전혀 없다.

신용파생위험을 자기자본의 5% 이내로 제한하는 항목이 삭제된 것도 주목된다. 최솧ㄴ의 규제마저도 포기한 셈이다.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파생신용상품의 위험관리 규제 해제는 이미 미국에서도 실패한 만큼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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