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을 보호하면 실업이 늘어난다”는 내용의 기사를 26일 주요 일간지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기업 사회보험금 늘어 고용에 악영향”이라는 제목을 내걸었고 서울경제와 한국경제도 각각 “정규직 보호가 일자리 창출 막는다”, “고용 부담금 확대가 고용 줄여”라는 제목으로 이 보고서를 소개했다.


김용성 연구위원이 쓴 이 보고서는 조세격차와 고용률,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조세격차는 기업이 부담하는 노동비용과 실제 노동자가 받는 실질임금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김 연구위원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분석해 조세격차가 10%포인트 늘어나면 고용률이 3.0%포인트 줄어들고 실업률이 1.5%포인트 늘어난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1인당 노동비용 대비 조세격차비율이 18.1%로 OECD 나라들 평균, 38.3%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빠뜨렸다. 우리나라는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대량 실업이 불가피하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세격차가 10%포인트 늘어난다는 말은 이를테면 GDP 대비 조세부담률이 22% 수준에서 32% 수준까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실업률이 1.5% 늘어난다는 이야긴데 애초에 가정부터 터무니없니 과장돼 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2010년까지 2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고용보호의 정도를 6단계로 나누고 고용률, 실업률과 상관관계를 계산한 부분인데 보고서 중간에서는 표준오차를 벗어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으면서도 이를 결론에 끌어다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언론이 이를 인용해 “지나친 정규직 보호가 일자리 창출을 막는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보고서를 쓴 김 연구위원도 “보고서의 핵심은 조세격차와 고용률,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고 고용보호와 관련한 부분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고용보호가 과연 실업을 늘리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고 논란이 많은 부분인데 기자들이 이를 오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세격차와 고용률,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라마다 국내총생산(GDP)의 차이와 노동정책 등을 충분히 감안했지만 과연 모든 변수를 완벽히 통제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해외 유사한 연구결과들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보고서와 관련,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조세부담률이 실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기자들이 선정적인 제목을 뽑기 위해 이런 보고서를 입맛대로 인용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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