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한다”는데, 포털 블로그 게시물 차단 논란, 어떻게 볼까.

“우리는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차단한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의 권리침해 요청에 대한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고 오히려 게시물 작성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지만 법대로 한다는 입장이다.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차단시킬 수 있게 되는데 한번 차단되면 복원 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 44조 1항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당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2항에는 “당해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즉시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는 권리침해 요청이 들어오면 개인 정보 노출이나 초상권 침해 등의 경우는 영구적으로 삭제 처리하고 권리침해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30일 동안 임시 삭제 조치를 한다. 30일이 지나도 복원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는 영구 삭제, 복원 신청이 있을 경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해 복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상당한 기간 동안 게시물 노출이 차단된다는 이야기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지난 9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소송 대리인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 따르면 진씨는 지난 6월3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15개의 글 가운데 14개의 글이 다음에 의해 임시삭제 조치를 당했다. 참여연대는 “진씨의 겸임교수 자격을 문제 삼은 변아무개씨의 인터넷 기사에 대한 반박이자 의견을 표명한 글이었다”고 밝혔다.

공익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에 올린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후기, 진실에 근거한 정치인 비판,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표명 등이 차단되고 있다”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이용자들의 민법 상의 권리를 침해함은 물론 누구든 인터넷 상의 콘텐츠가 자신에게 불쾌하기만 하다면 불합리한 권리주장을 이용하여 그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는 사적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는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일단 차단조치를 하고 복원 요청이 있으면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심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느냐, 그동안 게시물이 차단되면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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