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위기는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당면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발 빠르게 수습하느냐는 기업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멜라민 사태와 관련, 기업들의 대응방식은 기업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한다.


지난달 24일 해태제과에서 만든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돼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을 때 롯데제과는 “우리 회사는 무관하다”며 다소 태평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날인 25일, 롯데제과의 중국 투자회사인 롯데차이나식품의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중국에서만 판매됐고 국내에는 반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10일 뒤인 이달 4일 결국 롯데제과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롯데제과는 이틀 뒤인 6일 주요 일간지에 일제히 사과광고를 싣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국내 유통 중인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해 모두 폐기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1위 제과업체로서 크게 무너진 뒤였다.

롯데제과의 거짓말도 드러났다. 롯데제과는 당초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은 ‘애플쨈 쿠키’ 뿐이라고 밝혔는데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은 ‘슈디’였다.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등이 주문자상표 부착방식이었던 것과 달리 롯데제과의 슈디는 직접 운영하는 공장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을 더했다.

롯데그룹은 원래 소극적인 홍보 스타일로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롯데제과의 회수율이 가장 낮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찌감치 매를 얻어맞은 해태제과가 영업직원들이 제품을 회수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등 기민한 모습을 보인 것과도 대조된다.

롯데제과 홍보팀 관계자는 “슈디의 경우 올해 2월까지 수입되다가 그 뒤로는 수입 물량이 거의 없었다”면서 “홍보팀에서는 수입되고 있는 줄도 몰랐고 이미 대부분 소진된 뒤라 회수율이 낮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회수 가능한 물량 가운데 70% 이상이 회수됐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내용인 다른 기자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사과광고도 해태제과가 훨씬 더 섬세하고 구체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해태제과는 해당 제품을 발견할 경우 연락해 달라며 전화번호까지 남겼다. 롯데제과는 광고 디자인이나 내용이나 해태제과와 거의 비슷했지만 오히려 더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업계에서는 튀지 않으려는 롯데의 홍보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보대행사인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의 정용민 부사장은 “위기 관리의 최종 책임은 홍보 담당자들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라고 지적했다. “조용히 무마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범위를 이미 넘어섰을 때는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텐데 이 부분에서 최고경영자의 정면 돌파 의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업 위기관리와 관련, 최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GS칼텍스다. 사건이 터진 다음날 나완배 사장은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간 점검 상황을 설명했고 경찰 수사 발표 직후에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GS칼텍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잘못을 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은 경우다. 올해 4월 각각 1천만명과 6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던 옥션이나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등이 쉬쉬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던 것과도 대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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