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파업을 벌여왔던 화물연대가 15일 새벽 5시에 재개된 대한통운과 교섭에서 해고자 원직복직 등의 내용에 합의, 오전 11시부터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찬반투표를 진행해 76.5%의 찬성으로 파업 종료를 가결했다. 그러나 노동 기본권 보장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합의문에는 해고자 38명을 3월15일 이전의 조건으로 복귀하고 복귀 뒤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노사 양쪽 모두 민형사상 고소와 고발, 가처분 소송 등을 3일 이내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주목할 대목은 합의문이 화물연대 명의가 아니라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 명의로 작성됐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화물연대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한통운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합의인 셈이다.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 지회장은 금호그룹 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부당해고에 항의해 지난달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지회장과 함께 해고됐던 대한통운 광주지사 소속 택배기사 78명은 이번 합의로 모두 복귀하게 됐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수수료 30원 인상 문제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파업에 돌입하기 직전인 지난 10일 교섭에서 합의했던 내용과 거의 달라진 내용이 없어 소모적인 파업에 그쳤다는 내부 비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경기침체를 빌미로 언론의 압박이 거셌고 여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해와 달리 파업 참가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13일로 예정됐던 상경투쟁을 포기하고 14일 민주노총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투쟁 여력이 눈에 띄게 소진한 상태였다는 점도 서둘러 합의를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파업을 서둘러 끝낸 것은 이번 파업이 화물연대 전체의 현안이라기 보다는 대한통운 광주지부에 한정된 사안이었다는 점도 작용을 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파업은 종결됐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며, 박종태 열사의 염원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속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태 열사의 장례식은 사망 50일을 넘긴 오는 20일께 치러질 예정이다.

(택배 수수료 30원 인상을 요구하며 박종태 열사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왜 “지못미”를 외치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서? 노무현 영결식 때 나왔던 사람들의 1천분의 1만 나섰어도 세상이 달라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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