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

연예인들이 나와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이는 공익광고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들은 올바른 다운로드로 매너 있고 당당하게 영화를 즐기자고 말한다. 흔히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내려 받는 걸 불법 다운로드라고 부르지만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영리적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불법 업로드는 있지만 불법 다운로드는 없는 셈이다. 이른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조항이다.


그래서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불법 다운로드는 없다”고 도발적인 선언을 한다. 오 대표는 “저작권은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이용 활성화를 또 다른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사적복제의 경우와 같이 일정한 경우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사적복제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개정안에서 사적복제를 제한한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에서 뭔가를 다운로드를 할 때마다 합법 콘텐츠인지 불법 콘텐츠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불법 여부를 가려 단속하기도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이 조항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불분명하다.”

– ‘불법 다운로드는 없다’는 말은 그럼 모든 다운로드는 합법이라는 말인가.

“사적복제는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이용을 위해서 내려 받는 걸 말한다.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다운로드는 말 그대로 자기 혼자 보는 거다.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않다. 사적인 영역이고 널리 확산되는 게 아니라 영향도 작고 합법과 불법을 가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실효성도 없는 규제라면 현행 법에 규정된 대로 합법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거다.”

–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저작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다운로드가 늘어나면 저작권자들이 피해를 보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닌가. 업로드만 규제하면 되는 건가.

“친구가 메일로 음악 파일을 보내줬는데 그게 친구가 구매한 음반인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에 떠도는 파일을 퍼온 건지 알 수 있나? 파일을 열어보기 전에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지금까지는 업로드만 불법이었지만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운로드도 불법이 된다. 모든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두고 도대체 어떻게 합법 불법을 가리겠다는 말인가. 컴퓨터를 뒤질 건가. 아이피를 상시 추적할 건가.”

– 포괄적 공정이용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같은 의미인가.

“꼬마애가 손담비 노래와 춤을 따라 부르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사례를 기억하나?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을 제한하는 사례를 열거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제한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포괄적 공정이용은 전송권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개인적인 용도의 복제·이용을 의미하는 사적복제와는 다르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비준되면 우리나라에도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이 적용되는 건가.

“한미 FTA와 별개로 포괄적 공정이용이 허용돼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한미 FTA의 또 다른 문제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는데 있다.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연장하려고 만든 미국 법 때문에 우리나라의 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핵심은 포괄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공정이용을 허용하는 방식이 돼야 하고 과도한 권리 강화 조치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위헌 논란까지 있지 않았나. 폐지될 가능성이 있나.

“삼진아웃제란 세 차례 이상 저작권법을 위반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개인 계정을 정지하거나 게시판을 접근제한 조치하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을 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이는 명백히 위헌 소지가 있다. 저작권법을 침해했다면 이와 관련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면 될 텐데 별도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고 법적 판단 이전에 정부가 불법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프랑스 등에서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 가장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가 뭔가.

“저작권법은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다.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침해하지 않는지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다. 공정이용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또는 저작권자의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물의 자유로운 복제와 이용을 폭 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선은 저작권법 30조를 개정해 사적복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저지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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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다운로드는 말 그대로 자기 혼자 보는 거다.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않다. 사적인 영역이고 널리 확산되는 게 아니라 영향도 작고 합법과 불법을 가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실효성도 없는 규제라면 현행 법에 규정된 대로 합법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거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없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것 처럼 말이지요.
    물론, 포괄적 공정이용에는 어느정도 동의하지만(2차 창작에 한해서)
    그것이 지적재산을 무분별한 이용을 동의하는데 사용되는것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위에 쓰신 말은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거든요.
    영향이 작고, 규모가 작다의 여부는 상대적인거에요. 실효성이 있건 없건 말입니다. 오픈소스 진영 즉, 지적 재산을 자유롭게 운용하게 하자는 사람들은 동의 할 지 몰라도, 저로써는 쉽게 동의 할 수가 없군요.

  2. 전 개인적으로 오병일 대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애매한 부분이 너무 많고, 사실상 그 의미를 잃었다고 보는게 맞다고 봅니다. 방향성 없는 법의 제정만이 있을 뿐이지요.

    미국에서 저작권법에 제한이 있는 이유는, 그 저작권이라는 것이 문화나 지식의 발전에 해가 가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한권이 8천원, 만원 하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없지만, 100년, 1000년 지나서 그 유족들이 계속 그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면 우수운 일이지요. 그래서 50년 가량으로 제한을 둔겁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요? 사실상 이유도 모른채 “그냥 그렇니까”라는 이유로 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비단 저작권의 제한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법에 해당되는 문제고, 저작권이라는 권리 자체에도 해당되고 있고 저작권법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불법다운로드를 하는 사람들의 어느정도가 이를 불법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과, 실제로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면 마땅한 방법도, 그리고 그 가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영화 DVD 한장이 3만원 가량 돈 하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누가 영화 3만원 주고 DVD를 사겠습니까? 인터넷에 올라오는 2000원 짜리 저작권프리(저작권자에게도 돈이 가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블루레이를 다운받는데. 그렇다고 그 제작사나 배급사에서 이를 2천원으로 인터넷 상에서 정가 판매할 생각은 없이 무작정 불법 자료에 저작권료만 청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에는 요즘 저작권자라고 하는 작자들은 앉아서 돈벌고 싶은 심정이 강해보이더군요. 팔 생각은 안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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