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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부 지원 중단하라”, 국민 청원 20만 명의 의미.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8, 2019

1. 연합뉴스 정부 지원을 폐지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20만 명이 넘었죠. 연합뉴스란 언론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정부 지원금이 얼마나 되나요?

= 해마다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332억 원을 받았습니다. 2003년부터 15년 동안 받은 정부 지원금이 5500억 원에 이릅니다. 한국의 언론사 중에 정부 지원금을 받는 언론사는 거의 없고 이 정도 규모로 받는 곳은 연합뉴스가 유일합니다. (지난해 매출이 1851억 원이니까 정부 지원금 비중은 18% 정도인데 332억 원 외에도 공기업과 공공 부문 지원금이 상당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전재료 매출은 극히 일부입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 연합뉴스에 국민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 이대로 좋은가?

 

2. 정부 지원금의 근거가 뭔가요?

= 옛날에는 연합통신이라고 불렀죠. 뉴스 통신, 영어로는 뉴스 에이전시라고 부르는데 이게 언론사들에게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 도매 서비스를 말하는 겁니다. 제대로 된 통신사가 있어야 뉴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뉴스통신 진흥법을 만든 거죠.

= 그래서 2003년에 뉴스통신진흥법이란 걸 만들었는데 이게 6년 동안 한시적으로 연합뉴스를 지원하는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 한시적이라는 문구를 없애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죠. 그래서 해마다 300억 원 이상을 고정적으로 지원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기간 통신사라는 이름으로 독점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죠.

2-1. 해외에도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가 있나요?

= 세계적으로 3대 뉴스 통신사가 AP, AFP, 로이터가 있는데 각각 미국과 프랑스, 영국입니다. 이 가운데 AFP만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진흥법을 AFP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하죠. AP는 여러 언론사들이 돈을 모아 만든 조합 형태고요. 중국의 신화통신이나 러시아의 타스통신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데 여기는 국영 언론사죠.

(연합뉴스에 대해 썼던 글 몇 개를 뽑아봤습니다. 연합뉴스의 오만과 독선이라는 글은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 통과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글.)

연합뉴스의 오만과 독선.

“연합뉴스의 전형적인 관제기사, 출처·목적 모두 불순”

MB 양배추 발언만 쏙 빼놓은 연합뉴스 번역 기사.

대못 뽑혔다? 연합뉴스의 수상쩍은 양도세 보도.

연합뉴스의 얼렁뚱땅 사회부담금 통계 보도.

연합뉴스의 오보는 어떻게 확산되는가.

3. 이번에 국민 청원이 폭발한 이유는 방송 사고 때문이었죠.

= 방송 사고가 세 건이나 있었죠. 그런데 엄밀하게는 연합뉴스가 아니라 연합뉴스TV입니다.

3-1.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는 다른 회사죠?

= 연합뉴스는 통신사고 연합뉴스TV는 연합뉴스가 만든 보도전문 채널입니다. 헷갈리는 분들이 많은데 YTN은 원래 연합뉴스가 만들었다가 지금은 완전 다른 회사가 됐고 연합뉴스TV를 따로 만든 거죠.

= 이번에 방송 사고는 연합뉴스TV에서 난 건데, 국민청원은 연합뉴스 정부 지원을 폐지해 달라는 것이라 조금 성격이 다르긴 합니다. 엄밀하게는 정부 지원을 받는 건 연합뉴스고 연합뉴스TV는 별도의 회사고요. 그런데 또 조성부 사장이 연합뉴스TV 사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서로 직원들도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일베 이미지가 논란이 됐는데요.

= 네. 세 건을 각각 따로 살펴보면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 베스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하하는 이미지가 많죠. 그런데 방송에 그 이미지를 내보내서 논란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에 태극기 대신에 북한의 인공기 사진을 내걸어 논란이 됐고요. 다음날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는 있는데 문 대통령만 빠진 이미지를 내보내 고의적으로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4-1.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경질되기도 했죠.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 보도국장과 뉴스총괄부장, 보도본부장까지 보직 해임됐습니다. 국민청원이 불이 붙으면서 당황한 것 같고요.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 이상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겠죠.

5. 이번 방송 사고는 사고인가요? 아니면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 SBS는 일베 이미지를 10번이나 썼습니다. SBS에 일베가 산다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고요. MBC와 KBS도 여러 차례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방송 사고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연합뉴스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루엣 이미지만 해도 굳이 어떻게 이런 사진을 골라서 썼을까 하는 의혹이 있습니다.

= 다만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상당수 방송사들이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 그리고 워낙 일베가 뿌린 이미지가 많아서 구글 검색으로 해상도 높은 사진을 찾다 보면 이런 이미지를 골라 쓸 위험이 있다는 건 사실이고요. 다만 태극기를 인공기로 대체하는 등의 실수는 데스킹 시스템에 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6. 국민 청원이 20만 명이 넘었다는 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수백 억원의 세금을 받을 정도로 공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 이런 의문 때문이겠죠.

= 일단 상당수 국민들이 통신사라는 개념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 (통신사라고 하면 SK텔레콤이나 KT를 생각하겠죠.) 그리고 뉴스 도매 서비스라는 개념이 좀 모호해지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가 옛날에는 언론사들에만 뉴스를 공급했는데 지금은 국민들에게 직접 뉴스를 공급하고, 소매업까지 같이 한다는 말이죠. 언론사들이 연합뉴스를 전재 인용해서 쓰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애초에 뉴스 에이전시 시장이 달라졌다는 거죠. 민간인지 공공인지 정체성도 모호하게 됐고요. 그런데 왜 해마다 300억 원 이상을 세금으로 지급하느냐는 의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죠.

7.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가 답변을 하게 돼 있죠. 이번에는 아직 답이 없네요.

= 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일단 연합뉴스 지원은 법으로 정해진 거라서 청와대가 중단하고 말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 지원을 중단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애초에 이 법이 통과될 때부터 국회의원들이 연합뉴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 어쨌거나 연합뉴스는 기자 수가 500명이 넘고(웬만한 신문사 두 배 이상이죠).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언론사입니다.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어느 국회의원이 감히 연합뉴스를 건드리겠느냐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연합뉴스 감사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세금을 300억 원 이상 쓰는 데도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경영 현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죠. (2015년 기준으로 평균 인건비가 1억2000만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8. 어쨌거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지원금을 끊는 게 불가능하다면 좀 더 공적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네요.

= 네. 국민들은 냉정합니다. 굳이 연합뉴스에 300억 원을 지원할 이유가 있느냐는 거죠. 뉴시스나 뉴스1 같은 경쟁 통신사들도 있고요. 실제로 연합뉴스를 전재하는 언론사도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원래는 B2B 모델인데 B2G로 변신한 건데요. 여전히 정부 지원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합뉴스 내부적으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연합뉴스는 해외 특파원을 파견하는 데 비용이 들고 또 한국 뉴스를 외국어로 내보내는 데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연합뉴스가 특별히 잘한다는 평가를 주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논조가 바뀌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민 청원 20만 명이 연합뉴스의 정부 지원을 중단시키지는 못하겠지만 국민들의 불신과 냉소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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