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노무현을 만났다. 원고를 쓰다가 잠깐 책상 앞에 엎드려 졸았는데 꿈을 꿨다. 그를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단독 인터뷰를 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꿈에서 나는 노트북을 켜놓고 노무현과 마주 앉아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날아가 버린 기억을 살려 정리하면 대략 이런 정도가 남는다.
– 당신은 가난한 사람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희망이었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살면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세상을 당신이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왜 실패했습니까.
“현실 정치란 건 이상만으로는 안 되는 겁니다. 관료들을 설득해야 하고 여론의 반발도 의식해야 합니다.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중요한 건 원칙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해 나가면 됩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있죠. 부동산 가격도 잡지 못했고 언론 개혁도 마무리 짓지 못했죠. 그래서 결국 정권을 다시 넘겨줬고요. 5년이란 시간은 긴 것 같지만 그래도 5년 만에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습니다.”
– 언론 탓을 하고 싶으신 거죠? 저는 너무 소모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니었을까요.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저 신문들과 타협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아직도 그 싸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한발 더 나가려면 언론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합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지만 당신도 결국 신자유주의와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권력이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개탄하면서도 시장과 맞서지 않고 시장에 굴복했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였고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과시켰고 환율을 끌어올려 수출 기업들을 지원했고 자산 가격 거품을 방치했습니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고 성장 동력은 소진돼 가고 있습니다. 경제를 잘 몰라서 그랬던 겁니까. 아니면 그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했습니까.
그의 답변은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결국 나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노무현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인터뷰 예정 시간이 훨씬 지나서 조바심을 내면서 시계를 들여다봤던 기억이 난다. 트위터를 켜서 “노무현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라고 남기려는데 자꾸 오타가 났던 기억도 난다. “마지막 질문입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계속 질문을 쏟아냈는데 그의 마지막 답변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정환 기자 기사는 유심히 잘 보고 있는데, 정말 사정없이 조지더라고.(웃음) 그래도 나는 당신 같은 열정 있는 기자들을 좋아합니다. 인터뷰는 이 정도로 하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에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아, 대통령님, 당신은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 “죽었죠. 그래서 이게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겁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질 뻔 했는데 그러다가 나는 잠에서 깼다. 아래 누군가가 댓글로 남긴 것처럼 나는 오래 전에 그에 대한 기대를 버렸고 줄곧 그를 비판해 왔다. 그래도 오늘,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서러운 것은 그가 평생을 바쳐서 옳은 가치를 위해 싸워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패했을지언정 그의 선의를 믿고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꿈에서나마 직접 뵙다니 행복하고, 서글펐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어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정환님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그러리라고 믿습니다.
저도, 그분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셨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도 잘 읽었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왜 저런 말씀을 하시고 저런 결정을 내렸을까 비난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어떤 사정이 있겠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 하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고인의 진정성과 고민의 깊이를 확인하게 된 것은 슬프네요.
아직도 지난 정권이 나라 빚만 늘리고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는, 버르장머리 없는 386세대들과 시민 단체들이 사회만 혼란스럽게 만들어놨다는 보수 신문이 만들어낸 프레임 안에 계신 어른들이 많습니다.
좀 더 포용력 있는 방법으로 옳은 가치를 추구해 이런 프레임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도 고인의 뜻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두… 맘이 참…
인터넷은 익명에서 시작한다.
이정환 기자님,
저도 노무현대통령님 서거 하루전에 보았답니다.
처음엔 왠 노인넨가 하고 보았는데 금방 사라졌어요.
나를 물끄러미 내려보시는게 흡사 산신령같더군요.
잠시 한국서민을 위해 내려오셨나봐요. ^^;
농담같지만, 믿거나 말거나
허름한 차림의 산신령으로.. 그의 삶을 초월한 눈을 보았답니다. ^^;
인터넷은 익명에서 시작한다.
이정환 기자님,
저도 노무현대통령님 서거 하루전에 보았답니다.
처음엔 왠 노인넨가 하고 보았는데 금방 사라졌어요.
나를 물끄러미 내려보시는게 흡사 산신령같더군요.
잠시 한국서민을 위해 내려오셨나봐요. ^^;
농담같지만, 믿거나 말거나
허름한 차림의 산신령으로.. 그의 삶을 초월한 눈을 보았답니다. ^^;
저도 돌아가신 다음날 새벽 꿈에서 뵀는데, 전 둘이서 장기를 두다가 박장대소하는 꿈이었습니다. 꿈에선 아쉬운 마음 서운한 마음 전혀 없이, 처음 그분에게 반했을 때처럼 마냥 좋기만 했는데, 깨고 나선 얼마나 슬프고 허망하던지 이불 뒤집어 쓰고 한참 울었습니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