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2일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매각하겠다고 밝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카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에버랜드의 우호지분이 충분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것 같지는 않지만 주목되는 부분은 지분과 매각 대금의 향방이다.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등의 상장 문제와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첫째, 에버랜드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 즉 이건희 회장 일가나 삼성 계열사들이 사들이는 방안, 둘째, 에버랜드가 사들이는 방안, 셋째, 삼성전자가 사들이는 방안, 넷째, 기타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방안 등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카드의 시가총액은 3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올 물량은 금융산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5%를 초과하는 20.6%로 대략 6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사들이기에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을 상장시키고 그 일부를 현금화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에버랜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 삼성전기와 삼성SDI,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이 나서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4개 계열사가 1500억원씩만 출자하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 이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오히려 순환출자 구조를 다변화시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에버랜드가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순환출자구조가 다소 약화되지만 자사주를 빼고도 이 회장 일가와 계열사 지분이 70%에 육박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 신세계나 CJ 등 외부의 우호 세력에게 넘기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다만 에버랜드가 비상장사인데다 기업공개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장 무난한 방안은 삼성전자가 이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자금력이 워낙 풍부한데다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사이에 상호출자가 없어 법적인 문제도 없다. 다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방안들과 마찬가지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함께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상장,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얻은 매각 대금으로 다른 계열사들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 개편이 오히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지 시민사회단체의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