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뚝섬 상업용지에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정됐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1구역 분양가는 3.3㎡당 최고 4598만원, 대림건설이 시공하는 3구역은 3.3㎡당 최고 4594만원에 이른다. 분양 면적 370㎡ 기준으로 분양가는 51억5333만원, 펜트하우스는 52억52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나마 구청과 협의 과정에서 3.3㎡당 200만~400만원 가량 가격이 낮아진 것이 이 정도다.
뚝섬 아파트가 이처럼 ‘미친 가격’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12월부터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지난해 11월 말 분양 신청을 한 ‘꼼수’가 있었다. 성동구청은 민감한 대선 국면을 피해 결정을 미루다가 2개월만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을 승인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중대형의 경우도 기본형 건축비가 3.3㎡당 439만1천원을 넘지 못한다. 여기에 가산비용을 감안해도 최대 21%가 늘어나는 정도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3.3㎡당 531만3110원을 넘지 못할 아파트가 4598만원으로 8.7배 이상 뛰었는데도 언론의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토지 매입비용을 감안해도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대림건설의 경우 가산비용이 1291억원, 가구당 6억5천만원이 넘는다. 3.3㎡당 659만원 꼴이다.
당장 뚝섬 아파트는 인근 재개발 시장과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은 오히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은근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동양종합금융증권이 낸 보고서를 보면 이들 건설업체들이 터뜨린 대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대림산업의 경우 51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2동과 35층짜리 오피스 빌딩 1동을 포함, 토지 매입비용을 3823억원으로 잡고 건축비를 3.3㎡당 500만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3.3㎡당 가산비가 200만원씩, 전체 사업경비는 6768억원이 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분양가를 3.3㎡당 4050만원으로 예상했는데 성동구청은 이번에 평균 4259만원으로 승인을 내줬다. 196세대를 계산하면 8348억원이 된다. 여기에 오피스 빌딩의용적률을 600%, 건폐율 70%로 잡고 3.3㎡당 700만원으로 계산하면 3147억원이 더 들어온다. 결국 6768억원을 들여 1조1495억원을 벌게 된다는 이야기다. 업계 자료를 인용한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은 계산이지만 이를 근거로 매출 총이익을 따져봐도 거의 두배 가까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년도별 평당 아파트 분양가격. (단위 : 만원, 자료 : 부동산114)
부동산114의 년도별 평당 분양가격을 살펴봐도 이같은 미친 분양가격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512만원이던 평당 분양가격이 2006년에는 1546만원으로 3배 이상 뛰어올랐다. 건축 자재나 인건비가 3배나 뛰어오른 것은 아닐 테고 업계의 폭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보는 차단돼 있거나 왜곡돼 있고 언론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5일 주요 언론은 사상 최고 수준의 분양가에만 주목할 뿐 당장 뚝섬 아파트가 업체의 폭리에는 침묵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터무니 없는 분양가격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의 우려에는 침체 분위기의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기대하는 심리도 엿보인다.
한국경제는 5일 “뚝섬은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특이지역인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성동구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국경제는 “최근 승인이 난 부산 해운대구나 서울의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 시세와 비교할 때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도 그대로 담아냈다.
매일경제는 “고분양가에 대한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고급으로 시공되는데다 뚝섬이 가진 천혜의 환경과 뛰어난 강남 접근성, 주변 개발 호재 등으로 강남 아파트 못지않은 고급 주거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이번 고분양가의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 때 고가에 뚝섬 용지를 팔았던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해 논점을 벗어났다. 토지 매입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한화건설이나 대림건설의 폭리가 지나치다는 사실을 한겨레는 간과하고 있다. 한겨레는 “시가 땅을 비싸게 팔아놓고 이제 와서 싸게 분양하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비싼 분양가격을 지적하면서 정작 업계의 폭리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 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짚는데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한화건설과 대림산업은 이달 말부터 청약에 들어간다. 비싼 분양가격을 감안, 1천억원에 가까운 광고비가 집행될 전망이다. 언론의 방관 또는 침묵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겨레마저도 업계를 자극하는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언론에서 기업과 있는 사람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니, 일반 시민들은 언론에 낚여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게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자신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될 일조차 언론에 낚여 동의하고 지지하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건축업계의 이러한 과도한 이익추구로 만들어진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진다면 얼마나 큰 폭풍이 몰아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