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5% 이상 신규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적용했던 유예 혜택은 3%로 상한선이 낮아지고 대기업의 경우 고용인원이 지난해보다 5% 이상 증가했다는 점만 확인되면 정기 세무조사를 합법적으로 면제 받게 된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최근 밝힌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조세정책 가운데 일부다. 서울경제는 “이에 따라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 대기업들은 앞으로 5% 이상만 일자리를 늘려도 향후 최소 1년에서 최장 3년까지 정당하게 정기 세무조사 의무를 면제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청장은 지난 1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간담회 자리에서도 “외국계 기업은 본사와 연락해야 하는 사정이 있으니 세무조사 통지 시기를 조사 착수 10일 전에서 15일 전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황당무계한 조세정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세무조사를 면제해 주는 것 또는 탈세의 가능성을 묵인하는 것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무슨 상관일까. ‘조사해서 안 나오는 기업 없다’는 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나라에서 세무조사 면제를 기업의 보상처럼 남용해도 좋은 것일까.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신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다양한 경로로 혜택을 주는 것도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지만 고용 창출과 세무조사 면제를 연결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은 한 청장의 과도한 코드 맞추기일 수 있다. 이를 지적하고 비판한 곳은 경향신문밖에 없었다.
다른 신문들은 국세청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데 그치거나 “섬기는 친기업 세정(문화일보)”이니 “발 빨라진 국세청의 친기업 변신(파이낸셜뉴스)”이니 하는 낯뜨거운 미사여구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