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9일 상공의 날 기념행사 발언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상공의 날 기념행사에서 “지난 10년 간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이었는데 우리는 어땠나”라며 “아시아에서 늘 앞서가던 우리나라가 뒤처져, 따라가기에도 힘겨울 정도가 됐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참여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이 대통령은 “최근 5년 간 우리의 성장률은 세계 평균 4.9%에도 못 미치는 4.3%로 주저앉았다”며 “당장의 수출 호황만 믿고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지 못해 결국 기업의 국내투자는 위축되고,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은 크게 떨어졌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률은 7.2%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들어 4.3%로 추락한 것은 맞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은 8.7%, 노태우 전 대통령은 8.4% 김영삼 전 대통령은 7.1%였다.
한국은행이 21일 잠정 집계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0%. 미국 중앙정보국이 3월6일 최종 업데이트한 ‘월드 팩트 북 2008’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세계 109위다. 주목할 부분은 경제 규모와 성장률의 상관 관계다.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은 나라는 중국(11.4%)과 에티오피아(9.8%), 캄보디아(9.1%), 아랍에미리트(8.5%), 인도(8.5%), 베트남(8.5%), 몽골(8.4%), 베네수엘라(8.3%), 러시아(8.1%), 우즈베키스탄(8.1%), 카타르(7.8%), 싱가포르(7.5%), 페루(7.5%), 필리핀(7.3%), 이집트(7.2%), 폴란드(6.5%), 인도네시아(6.1%), 우간다(6.0%), 홍콩(5.8%), 말레이시아(5.7%), 대만(5.5%), 아일랜드(5.3%), 칠레(5.2%), 남아프리카공화국(5.0%) 등이다. 세계 평균은 5.2%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 목표로 내 건 7%가 넘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이른바 브릭스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과 동유럽의 일부 나라들 말고는 없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서 6%가 넘는 나라는 싱가포르 정도가 고작이다. 영국은 2.9%, 독일은 2.6%, 미국은 2.2%, 일본은 1.9%, 프랑스는 1.8%, 유럽연합(EU) 평균은 3.0%다.
구매력 환산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생산은 2만4600달러로 세계 50위다. 룩셈부르크가 8만800달러로 1위, 카타르가 7만5900달러로 2위, 버뮤다가 6만9900달러로 3위를 차지한데 이어 노르웨이(5만5600달러), 쿠웨이트(5만5300달러), 아랍에미리트(5만5200달러), 싱가포르(4만8900달러), 미국(4만6천달러), 아일랜드(4만5600달러), 홍콩(4만2천달러), 오스트리아(3만9천달러), 캐나다(3만8200달러), 덴마크(3만7400달러), 스웨덴(3만6900달러), 벨기에(3만6500달러), 핀란드(3만5500달러), 영국(3만5300달러), 독일(3만4400달러), 프랑스(3만3800달러), 일본(3만3800달러), 스페인(3만3700달러), 이탈리아(3만3100달러), 대만(2만9800달러) 등이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다. 전통적인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들과 중동의 산유국, 아시아의 신흥 강소국들, 그리고 버뮤다와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이 포함돼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나라 가운데 6% 이상 성장을 하는 나라는 카타르(7.8%)와 아랍에미리트(8.5%), 마카오(16.6%) 정도가 고작이라는 사실이다. 세계 성장률 평균은 5.2%다. 우리나라 정도 경제 규모와 성숙도에 6% 이상 성장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과소 평가하고 굳이 새 정부의 성장 목표를 평가 절하할 이유도 없지만 도 성장의 축이 아시아와 중동, 남미의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