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쇄신안을 발표한 뒤 새로운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번에 내보내는 광고는 시베리아편과 사하라편, 아마존편 등 세 가지다.
이를테면 사하라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들이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고층 건물을 짓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모래 바람이 부는 건설 현장, 화면을 클로즈업 하면 작업모를 쓴 직원이 무전기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통화 내용이 자막으로 뜬다. 통화 상대방이 “힘들지?”라고 묻자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성우의 목소리, “더 뛰겠습니다. 더 땀 흘리겠습니다.” 이어지는 자막은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성 로고.
다른 광고도 형식은 비슷하다. 배경이 눈발 날리는 시베리아거나 소나기가 퍼붓는 후덥지근한 열대 우림이거나. 배경 음악은 사라 맥클란의 ‘Angel’이다.
In the arms of an angel
Fly away from here
From this dark cold hotel room
And the endlessness that you fear
You are pulled from the wreckage
Of your silent reverie
You’re in the arms of the angel
May you find some comfort there
물론 그동안 삼성 사람들도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이 광고를 보면서 석연치 않은 것은 과연 국민들이 삼성에 기대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라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누가 삼성에게 열심히 뛰지 않는다고 뭐라고 했나. 그런데 삼성은 왜, 우리는 이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특검과 쇄신안 발표에도) (우리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자기 최면을 광고로 내보내고 있는 것일까. 이건 너무 뻔하지 않은가.
국민들은 이 광고를 어떻게 봐야할까.
오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야 어려움이 말로 다 못할 정도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이 어디 삼성 뿐인가. 삼성은 과연 삼성 때문에 힘들어 하는 다른 사람들, 이를 테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하청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관심이라도 가졌던 것일까. 삼성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본질이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 그리고 이에 편승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이익 편취 구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이어 삼성 특검 이야기가 나오던 무렵 내보냈던 ‘고맙습니다’ 시리즈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광고들은 고도의 이미지 전략일까 아니면 그냥 분위기 파악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돈질일까.
배경음악은 퀸의 ‘Somebody to love’. 세계 곳곳의 삼성 광고판을 보여주면서 감격적인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버즈 두바이, 프리미어리그 첼시, 모스크바 레닌도서관, 런던 피카디리 광장, 뉴욕 타임스퀘어.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광고도 노골적이다. “여러분의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지만 이 말은 곧 ‘우리가 이렇게 잘 나가는데 왜 우리를 믿지 않느냐’는 말로 통한다. 음악 역시 절묘하지 않은가. 사랑할 사람을 달라고 외쳐 부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왜 우리를 사랑해주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다.
At the end
I take home my hard earned pay all on my own
I get down on my knees
And I start to pray
‘Til the tears run down from my eyes
Lord somebody ooh somebody
Can anybody find me somebody to love?
물론 이 광고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전에 제작됐다고는 하지만 달라진 국면에서 그대로 내보내기로 한 것은 이 광고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거나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너무 삐딱하게만 보고 있는 것인가. 고맙다는데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는데 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이 광고들에는 무엇이 빠진 것일까.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군요.
앞으로 꿋꿋이 부패를 일삼겠다는 것처럼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