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최근 수돗물 값이 하루 14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이른바 수돗물 괴담이다. 이 괴담의 근거는 1인 당 하루 물 사용량 285리터를 리터당 500원으로 환산한 것이다. 상수도까지 민영화되면 수돗물 값이 크게 치솟을 거라는 우려에서 시작된 다분히 과장된 소문이다.
매일경제는 16일 15면에서 “수돗물 괴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요금은 톤당 557.2원, 하루 물 값은 평균 156원꼴인데 이는 생산원가의 82% 수준이다. 만약 민영화 이후 원가를 100% 반영한다고 해도 물 값이 톤당 740원으로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매일경제의 이 기사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부분 전재한 것이다. 그런데 앞부분만 잘라오고 해외 사례 부분은 쏙 빼놓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994년 프랑스의 온데오라는 회사가 상수도 사업을 독점하면서 2년 만에 수도요금이 6배로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도 온데오 등에 물 경영권을 넘겨준 뒤 2001년 35%, 2003년 40%, 2004년 30% 등 잇따라 수도세가 뛰어올랐다. 볼리비아에서는 수돗물 폭동이 일어나 대통령이 결국 사임하기도 했다.
물론 수돗물 값이 하루 14만 원까지 치솟을 거라는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지만 이윤을 챙기려면 생산원가 이상으로 치솟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과연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물 사유화공동행동 박하순 연구팀장은 “시설 설치와 초기 투자에 쓰이는 비용, 이윤 확보 등의 이유로 물값이 지역에 따라 2~3배 가량 뛸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당 물값이 한달에 2만 원 수준에서 4만~6만 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기준 농어촌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37.7%로 절반에 한참 못미치는 실정인데 수도 민영화 이후로는 상황이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리는 없다는 예측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보수·경제지들 지면에는 장밋빛 전망과 기대감이 넘쳐난다. 한국경제는 16일 27면 <민영화 예상 공기업주 주목>에서 한전KPS와 한국가스공사, 대우조선해양 등의 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는 민영화 이후 수익성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고 전기나 가스요금이 필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힘을 보탠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주인인 국민들이 공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공기업 민영화를 독촉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포스코와 두산중공업을 민영화의 성공 사례로 추켜세우면서 “민영화된 기업들은 시장의 경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여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흑자 규모도 공기업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었고 정부가 공기업이 만든 적자를 메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세금이 허튼 데로 새나갈 구멍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또 “시장을 독점한 덕에 힘 안들이고 번 돈을 임직원 복지용으로 흥청망청 써대는 관행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기묘하게 서울메트로를 반대 사례로 꼽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직원 수가 1만 명이 넘고 누적적자가 5조2828억 원, 연간적자가 1500억 원에 이른다. 과연 이 적자가 방만한 경영 때문일까. 동아일보는 “막대한 누적적자와 운영적자는 국민 세금과 시민이 내는 이용료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도 노조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과연 민영화를 하고 직원들을 잘라내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면 누적적자 역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민영화 이후에도 과연 지하철 요금이 1구간에 900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부는 일단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완전 민영화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항만공사 등은 싱가포르의 테마섹 모델을 수용해 소유는 국가가 하되 민간에 경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갈 계획이다. 상수도와 건강보험은 일단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1면 <물 산업 "더이상 물로 보지마"/21세기 블루골드 떠오른다>에서 “물 산업이 돈되는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도움 아래 물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