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3월 위기설이다. 내년 3월 일본 은행들을 비롯해 해외 금융 회사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빼내갈 경우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외환이 부족해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건설회사와 저축은행들의 연쇄 부도, 스태그플레이션과 실직 확산 등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언론이 3월 위기설을 비중있게 소개하면서 지나친 걱정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을 전달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와 시골의사 등의 주장에 삼성증권 내년 전망 등을 인용하면서 살을 붙이긴 했지만 실제로 3월 위기설은 한동안 떠돌았던 9월 위기설만큼이나 과장됐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일본 은행들 차입금은 106억6천만달러. 이 가운데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9%인 11억1천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인 채권을 모두 감안해도 1분기에 상환 금액은 5조1천억원으로 전체 5.6% 수준이다.

이와 관련, 언론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부 언론이 3월 위기설을 거들고 나서면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상당수 보수·경제지들은 터무니없는 루머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일부 보수 성향 언론은 미네르바를 발본색원해 처벌하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9월 위기설을 앞장서서 확대 재생산해 왔던 한겨레가 3월 위기설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헤럴드경제는 4일 사설에서 온라인 논객 미네르바를 겨냥해 “이처럼 허무맹랑한 루머는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며 “커지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근거업는 괴담을 퍼뜨리는 미네르바 같은 사이버 논객들을 왜 발본색원 못하느냐”면서 “아니면 말고식 불안심리 조장이야말로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암적인 존재”라며 “처벌조항이 없다면 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도 4일 사설에서 “많은 변수 중 하나를 침소봉대해 비관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경제적 토대를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차제에 장막 뒤에 숨어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사이버 논객의 실체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시장에서 책임있는 주체로 활동하는 사람만이 시장의 위기를 논할 자격이 있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4일 “고개드는 3월 위기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 “건설사와 신생 조선업체, 철강·자동차 업체의 부실 확산→극심한 수출 침체→금융기관 건전성 악화→외국 금융기관들의 채권 일시 회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정부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신문도 5일 “3월 위기설 실체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월 위기설의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방식이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어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 “이런 식의 정책 방향이라면 3월이 아니라 당장 내일 금융위기가 닥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당수 언론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3월 위기설의 발단은 미네르바가 아니다. 3월 위기설은 미네르바+시골의사+삼성증권 보고서 등을 적당히 합쳐서 만든 일부 언론의 창작물이다. 여기에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상조 교수 등이 가세하면서 “내년 3월에 더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3월에 위기 또는 파국이 온다”는 경고로 둔갑했고 한쪽에서는 미네르바 때려잡기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두고 외환보유액이 바닥난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주요 은행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두고 자본 확충에 나서라며 경고하는 등 최근 언론의 경제 위기 관련 보도는 중심을 잃고 좌충우돌하면서 아전인수격으로 상황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무분별한 위기 담론이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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