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인 6일, 기획재정부 국감의 성과를 평가하자면 일단 강만수 장관이 비교적 선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강 장관의 외환 정책을 비판했지만 강 장관은 끝까지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오히려 자신은 고환율 정책을 펼친 사실이 없으며 다만 국제유가와 경상수지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강 장관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적인 정책이라고 거듭 항변했다.


강 장관은 “국제유가가 많이 안 올라가면 경상수지가 중요하고 유가가 많이 올라가면 물가가 중요하다”면서 “유가가 안 오른 상태에서의 정책과 오른 상태에서의 정책이 똑같을 수는 없으며 어느 나라나 이렇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강 장관은 이 말로 좌충우돌했던 환율정책의 책임을 벗어나려고 했고 실제로 이날 국감에서는 어느 정도 체면을 세우기도 했다.

강 장관은 작정하고 나선 듯 “올해 들어 경상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40달러까지 치솟았다”면서 당연히 “물가 안정이 세계적 이슈가 됐고 그 상황에서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장관의 자신감은 최근 위기가 환율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대외 변수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위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강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숱하게 언론의 공격을 받았던 강 장관은 국감장에서 오히려 여유로워보이기도 했다.

강 장관은 최근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물론 외환보유액은 최대한 아껴야 하고 한국은행 총재와도 1달러라도 아끼자는 전제 하에서 하자고 했지만 1달러를 아끼려고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이나 일본도 보유액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보유액은 이럴 때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부분 의원들이 강 장관의 단호한 반박을 다시 반박하지 못했는데 이들이 빠뜨린 논란의 핵심은 왜 취임 초기 겨우 두 달 뒤도 내다보지 못하고 환율을 무리해서 끌어올렸느냐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오만도 놀랍지만 투기세력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순진함은 더 놀라웠다.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수출기업들을 밀어주고 물가를 희생해도 좋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에 강 장관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뒤늦게 부랴부랴 환율을 끌어내리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고 투기세력들은 이미 크게 한탕 해먹고 나간 뒤였다.

금융시장에서는 물론 강 장관이 위기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위기를 헤쳐나갈 경제수장으로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강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주먹구구식 성장지상주의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국감은 아쉽게도 이런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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