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는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는데 이를테면 당신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고 해서 내가 누릴 자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줄어들거나 소진되는 일도 없다.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민주주의를 구현하기까지는 상당한 비용 또는 희생이 필요한데 그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린다.
공공재의 문제는 역시 무임승차다. 누군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그렇다고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연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옳은 일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주의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건 민주주의가 망가지건 말건 냉소적이었던 사람들도 포함된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 모두가 함께 고통을 겪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광장을 봉쇄할 권리는 없다. 불법 집회를 벌일 수 있다는 이유로 광장을 봉쇄한다는 건 심각한 인권 침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저항하는 사람은 소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29일 저녁, 광장을 지키겠다고 버틴 사람이 5천명만 됐어도 달라졌겠지만 자정을 넘겨 남아있던 사람은 500명이 채 안 됐다. 다음날 새벽 경찰은 남아있던 사람들을 끌어내고 다시 차벽을 쳤다.
무임승차가 문제가 아니라 무임승차의 유혹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광장이 폐쇄되거나 말거나, 정부를 비판한 사람들이 잡혀가거나 말거나, 방송이 권력에 넘어가거나 말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나서봐야 손해고 결국은 어떻게든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심이 있더라도 분노하거나 투덜거릴 뿐 정작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 그래서 광장은 여전히 빼앗긴 채로 있을 수밖에 없다.
광장을 지킨다고 해서 당장 내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광장을 빼앗겼다고 해서 딱히 당장 손해를 볼 일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 왜곡된 민의, 권리를 포기한 국민들…. 민주주의의 후퇴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린다. 지켜낼 의지가 없는 국민들에게 광장은 과분한 것 아닐까. 노무현은 죽었고 사람들은 한바탕 울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사진은 연합뉴스.)
저도 예상이 빗나갔네요.
아마도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일어날듯 싶군요. ^^;
요즘 언론이나 방송보단 인터넷 블로그가 더 정확하군요, 그럼 계속 수고 바랍니다.